망원역과 스튜디오 사이, 멀고도 험한 그 길
함께 내린 역은 망원역. 그 곳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빌롱잉스를 만날 수 있다.
“이제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음? 무슨 준비를 말인가.”
망원역과 빌롱잉스의 스튜디오 사이에는 망원시장이라는, 언제나 사람이 들끓는 생기 넘치는 거리가 길게 늘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그만한 지옥이 따로 없다.
습습- 후후-. 몸과 마음의 준비를 위한 심호흡을 반복하며 초록 불이 반짝이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멀리서 봐도 사람이 물줄기가 아닌 파도처럼 몰아치는 것이 보였다. 그럴수록 나의 숨도 가빠지기 시작했다.
“음… 괜찮은가 자네?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질 않는데.”
“후… 괜찮아요 아직은. 앞만 보고 가면 돼요.”
“흠…”
걱정스러운 그의 눈빛을 마주할 새도 없이, 나는 잔 걸음으로 꾸역꾸역 그 인파를 뚫고 지나가기 바빴다.
허나, 그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오, 이런 장관이 다 있구만. 이것 좀 보게나.”
“아… 왜 그러세요. 그냥 가요 제발…!”
자꾸만 그가 제 자리에 멈춰 서는 것이 느껴질 때마다 내 호흡은 널뛰었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자꾸만 넋을 잃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어떻게든 그를 이끌고-
…
“… 흐억!”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땐, 망원시장에서 벗어 나온 어느 한적한 골목길 구석에 몸을 뉘인 상태였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이고, 괜찮은가. 미안허이.”
“하아… 어떻게 된 거예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는 그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을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호흡이 가빠지던 나는 결국 쓰러졌고, 그는 그제야 내 상태가 심각한 것을 깨닫고 겨우 나를 인파 속에서 끌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해결되지 않은, 궁금한 점이 있었다.
“방구석 백수라 업신여겨서 미안하네… 이런 줄도 모르고.”
“아니, 그건 됐어요. 그것보다,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정신이 팔린 거예요?”
“아… 잠시 일어날 수 있겠는가.”
나는 그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느릿하게 시선을 땅에서 정면으로 옮기면서, 그것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