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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Aug 28. 2021

+3, 꿈을 꾸는 삶.

밝게 빛나는 미래 말고

“오늘은 제가 밖에서 잘 게요.”


“음? 무슨 일로.”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해서요. 정말 일찍.”


“웬일이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신경 끄시고, 얼른 잠이나 잡시다.”


살짝은 들뜬 말투였다. 

일이라는 것을 해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별 희한한 것에 들뜨는 내가 웃긴 밤이다. 어쩌면 이렇게 매일 들뜨는 마음으로 자는 것을 바라 마지않았던 것이 본래 나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어색한 움직임으로 그가 먼저 침대 깊숙한 곳에 몸을 눕히고, 나는 그의 허락을 구한 뒤 방 안 마지막 불빛을 잠재웠다. 설레는 마음을 달래고 애써 잠을 청해 보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문득 옛 생각에 잠긴다.




나는 참 꿈을 많이 꾼다. 종류도 무궁무진해서, 진짜 같기도 가짜 같기도 하고, 쫓기기도 쫓기도 하고. 뭐 때로는 죽기도 살기도 하고.


그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꾼 꿈이 아직 기억에 선명하니, 그 이야기를 해볼까.


꿈속에서 나는, 달린다. 돌이켜보면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꿈이었다. 

사력을 다해 뛰는 것을 보면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 같 같은데, 그 정체가 심상치 않다.


저 멀리 뒤에서 나를 쫓아오는 그는, 아니 그것은,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덩치가 웬만한 동네 뒷산만 한 것으로 보아, 보통 새는 아닌 듯하다. 적어도 내가 그것에 잡히면 죽음으로 꿈이 끝나리라는 것은 자명했다.


그렇게 점점 좁혀지는 거리에 불안해하며 뒤를 쳐다보다가, 

철렁.


더 이상 디딜 곳이 없는 곳에 발을 디딘 나는, 공중에 떠있다. 굳이 소리가 난다고 하면 ‘붕-‘하는 소리일까. 

그 찰나의 시간이 영겁으로 늘어나다가, 마치 박수소리에 정신을 차리듯 어떤 힘에 이끌려 몸이 '휙-'하니 무한한 속도로 날아가다가…


꿈은 그렇게 끝이 났다.


마지막 장면은 내 바로 앞까지 당도한 그것과 마주하는 상황이었다. 아직도 나는 그것이 새였는지, 새를 닮은 사람이었는지, 혹은 새와 새를 타고 있는 사람의 형체였는지 잘 모르겠다. 또, 아직도 나는 그 순간 내가 절벽에서 추락하는 중이었는지, 하늘로 훨훨 날아가는 중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가끔은 그런 재미있는, 꿈을 꾸는 삶을 산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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