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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한가위가 온다

섬돌 위 신발의 추억

by 제노도아

한가윗날.

모처럼 모인 아이들은 새 옷, 새신으로 맘껏 들떴다.

사촌들은 개구쟁이였다.

섬돌에 가지런히 놓인 또래 새신을 어느새 숨기곤 했다.

소슬바람 불던 그 해,

약이 오른 나는 붉으락푸르락 얼굴로 신을 찾아 나섰다.

마루 밑, 뒤란, 굴뚝 모퉁이, 마당 구석구석...

그런데 소양배양한 사촌이 급히 부모님을 따라 상경했고, 통화도 되지 않는 바람에 허드레 고무신을 끌고 돌아와야 했다.

숫된 나는 퉁퉁 부운 눈으로 신을 찾았다는 연락이 올 때까지 애태웠던 기억이 있다.


신발은 그 사람, 삶의 흔적이다.

신발은 그 사람, 철학 일부이다.

그 사람이 가는 곳, 그 사람의 상황과 취향, 기분 등에 따라 신발 모양과 색깔, 높낮이가 달라진다.


내 경우,

나이 듦과 편한 신발은 비례한다.

굽 있는 구두에서 플랫 슈즈나 운동화로 바뀌었고, 체중이 늘면서 신발의 사이즈도 달라졌다.

한때는

가방에 맞춘 신발, 옷차림에 맞춘 신발, 색과 색을 맞춘 신발을 선호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발과 맘이 편한 신발이면 뒤축 좀 닳아도 나들이용이 된다.


시골집, 섬돌 위에

나란히 나란히 놓였던 신발들.

모람모람 떠오르는 그 신발 속에

우리의 어릴 적 꿈과 추억이 있다.


그 시절, 한가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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