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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바람

이루어지길 바라는 바람, 공기의 움직임인 바람

by 제노도아

울퉁불퉁, 덜컹덜컹 시골길에

채 거두지 않은 허수아비를 본다.

바람 불 때마다 허름한 모자와 옷이 너덜거린다.

추레한 모습이다.

애처롭다, 문득 사정이 궁금해진다.


약속과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다.

어느 누구와의 약속도 시간 전에 먼저 도착하려 한다.

그런데

먼저 보자고 하고, 조만간 보자고 하고, 잠시 뒤 연락하겠다고 하고선,

달 새 세 번이나 약속을 어긴 사람과는 이어갈 인연이 아닌 듯하다.


굳이 만나야 할 사람이 아닌데도,

무슨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마음 서성거렸다.

못 지키는 약속에는 이유가 있을 거고, 그걸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솔직하고 담백한 사람이 아닌 거다.


이루어지길 바라는 바람, 공기의 움직임인 바람...

아직도 사람 기대를 못 버리고, 바람맞았다.

예전에도 가리산지리산 했던 사람이다.

미련 없이, 창문을 연다.

시린 바람에 머리가 맑아진다.

제철 지난 허수아비는 뒤로 하고, 새 바람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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