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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소년, 그 믿음의 바다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으며

by 제노도아

노인은 바다로 나갔다.

낡은 조각배에 노인은 혼자였다.

거기엔 소년이 없었다.


소년과 노인은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소년의 부모는 소년을 다른 어부에게 보냈다.

노인은 소년에게 바다의 마음을 알려 주었고, 소년은 노인의 말과 행동을 믿었다.


노인은 바다 한복판에서도 소년과 대화했다.

거대한 물고기와의 사투에서도 노인은 소년을 생각했다.

'그 애가 옆에 있어 주었더라면, 만약 그 애가 옆에 있었더라면 말이야.'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노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소년과 하나였다.

그 믿음과 우정이 노인을 살게 했다.


사람들이 허황된 꿈이라고 노인을 무시했지만,

소년은 노인이 꼭 이룰 거라고 생각했다.

노인과 소년의 인연의 끈은,

단순한 우정 이상을 오가는 깊은 교감으로 서로를 단단하게 묶었다.


소년은 노인을 믿었다.

노인의 눈에서 늘 푸른 바다를 보았다.

노인은 소년을 사랑했다.

소년의 무한한 신뢰감과 따뜻한 마음을 읽었다.


거대한 뼈대만 끌고 돌아온 노인은 깊은 잠이 들었다.

노인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한 소년은 울었다.

오두막집을 나와 길을 가면서도 계속 엉엉 울었다.


노인이 다시 잠이 들었을 때도 소년은 곁에 앉아 지켜보았다.

노인은 사자꿈을 꾸고 있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이해해 준다면,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믿어준다면,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지켜준다면,

우리도 사자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

노인의 굳은 의지와 희망을, 우리도 안을 수 있지 않을까.


빈손일지라도 나를 믿고 다독거릴 수 있다면,

그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노인과 소년처럼.

바다 한가운데에서도 나를 건져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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