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 같은 너
희뿜한 잿빛 하늘,
진눈깨비가 내려.
강화대교를 건너면, 너 있는 곳이 보여.
강물이 흐르고, 소담 소담 나무들이 보이지.
잔잔한 기도 소리가 고즈넉한 곳...
먼발치부터 가슴은 모래성을 쌓기 시작해.
곁에서 환히 웃고 있어야 할 너는,
지금 없어.
라일락 향기가 은은히 퍼질 무렵.
35세의 너는 아무 준비도, 기약도 없이 떠났어.
마음 연하디 연했던 네가 강한 의지로 꿋꿋하게 견뎠던 4년 동안의 흔적이 한 줌 재로 퍼플퍼플 사라져 버렸지.
며칠 동안 너는 평온히 잠든 모습이었어.
나는 환자 모니터링 기를 보고 어둠과 밝음 사이의 길을 수없이 오가며 두 손을 모았지.
넌 아픈 몸을 아는 척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 대화를 하길 바랐어. 그리고 남들 앞에선 더 밝게 웃었지.
그해, 너 떠나기 두 달 전쯤 두 번째 휴직을 하고 복귀할 때를 대비해 마련했다며 보여준 가방 사진.
보통 때는 다이소 주단골로 알뜰했던 너의 결정에 나는 박수를 보냈어.
1억 연봉을 웃돌던 네가 기꺼이 자신을 위해 선물할 수 있어서 반가웠어.
그러나 너는 그 가방을 들고 외출하지 못했지.
173센티 늘씬한 키, 사슬사슬 긴 머리, 날씬한 팔과 길쭉한 다리...
너는 단정한 옷차림이 잘 어울렸어.
중학교 때 선생님의 말에 내가 더 설렌 적이 있어.
"넌 아나운서가 되면 좋겠다."
"관리 잘해서 미스코리아에 나가 봐."
성격이 밝고 씩씩한 너는 걸음걸이도 당당했지.
공부를 잘했고, 인사성도 밝았어.
너는 그런 딸이었어.
나는 이제 윤슬 같은 너의 이야기들을 시작하려 해.
♧데이비드 M. 로마노의 시,
'나 없이 내일이 시작될 때' 중에서
나 없이 내일이 시작될 때
내가 거기에 없을 때
태양이 떴는데 그대의 눈이
나 때문에 눈물 젖어 있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말하지 못한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오늘처럼 그대가 울지 않기를
정말로 바라고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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