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괜찮아
창밖에는 소슬바람이 불었어.
나뭇잎이 하르르하르르 뒤척였지.
첫 눈맞춤...
너의 첫 수술 뒤, 조용히 병실에서 널 지켜보았어.
너는 창백한 얼굴에 휑하니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어. 눈물이 왈칵 솟았지.
짐짓 목소리를 가다듬고, '괜찮아." 하며 너의 가녀린 손목을 잡았어.
괜찮아?
괜찮아!
네가 눈을 뜨기 전 입속으로 수없이 되뇌어 본 괜찮아는 결국 마침표로 마무리했어.
너는 말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지.
평소 다른 사람 도움을 잘 안 받으려 하고 자립적인 네가 며칠은 그러질 못했어.
수술 후 통증보다도 더 견디기 힘들 터였어.
"일단 말끔히 제거했습니다."
의사의 말이, 말 그대로 어둠 속 희망이고 안도감이었지.
우리에게 이런 큰 수술은 처음이었고,
긴 시간 대기하며 초조하게 기다린 끝의 첫 눈맞춤이었어.
너는 태어난 그날에도 울다 젖은 눈으로,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날 바라보았어.
세상에 나온 직후 마주 본 너와 나의 첫 눈맞춤.
너는 태어날 때부터 콧날이 오똑하고 똘망똘망한 눈망울이었지.
첫사랑.
첫 고백,
첫 이별,
사회에 첫발을 디뎠고,
아기의 첫소리와 첫 웃음으로 행복했어.
첫새벽에 첫 거리로 여행을 떠났던 날은 기억이 새록새록해.
첫 추억은 무엇이든 잊히지 않아.
첫눈 내린 새해,
첫 순으로 찾아온 새봄,
첫여름과 첫가을,
첫겨울의 고즈넉함,
그리고 너와 나의 첫 눈맞춤, 첫인사..
'첫~'은 설렘과 기대감을 주지.
하지만 수술실 앞의 첫 기다림은, 살을 에듯 아프고 숨 고르기가 힘들었어.
너는 어릴 때, 바빠서 딴청을 부리면 바짝 다가와 작은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며 마주 보았어.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또랑또랑 말했어.
"엄마가 요렇게 요렇게, 눈을 보고 그렇지 그렇지 해줘야지 안 그럼 좋겠어 나쁘겠어?"
나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웃음을 터뜨렸지.
아이 셋에 할 일은 수두룩한데, 세 아이의 끝없는 조잘거림에 일일이 귀 기울 수 없었어.
그래서 쫑알쫑알 말하길 좋아하는 네게 대충 건성으로 대답하기 일쑤였지.
그러던 네가 점점 말수가 줄어든 것은 아마 그때, 그때부터였던 듯싶어.
그 이야기는 조금 더 있다 할게.
.
.
.
그때부터라도 내가 네 말에 귀 기울여 맞장구치고 좀 더 관심을 가졌다면,
훗날 네가 뭐든 '괜찮다' 하지 않고
솔직한 마음속 이야기를 훌훌 터놓을 수 있었을 텐데...
느루 시간을 내지 못해 정말 정말 미안하구나.
♤사라 티즈데일의 시, '황혼'
지붕 위에 꿈결 같이
차디찬 봄비 내리네.
쓸쓸한 나무 위에선
새 한 마리 울고 또 우네.
땅 위로 가만가만
밤의 날개가 내려앉고
나무 위 새처럼 내 마음도
울고, 울고, 또 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