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빨강 파랑을 건너다

by 제노도아

해질녘, 빨강 신호등.

길 건너 자리에 사람들이 서 있다.

대부분 무표정이다.

처진 어깨, 무거운 책가방, 지친 얼굴...

서로 엇갈려 길을 건너며 사람들의 한숨을 본다.

그 시간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지나가는 유모차의 아기가 방글방글 웃는다.

강아지가 요리조리 꼬리를 흔든다.

파랑(초록) 신호등이다.

철길 건널목 빨강 신호등.

기차 창문으로 휘리릭 스쳐가는 얼굴들.

잠깐 멈춤 사이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생각들.

기차의 흔적을 밟으며,

떠난 이와 머문 이를 생각한다.


또바기 몇 년 동안 함께 일한 공간에서

홀로 된 듯한 순간이 있다.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보다도 배려 없음에

각다귀를 본 듯 섬서하다.

부앗가심이 우선이다.

빨강 신호등이다.

삶의 시간 시간마다

빨강과 파랑 신호등이 깜빡거린다.

운전할 때와 걸을 때, 신호등은 의미가 다르다.


숨과 날숨을 잘 조절하며 거늑하게

눈앞의 신호등을 바라봐야 한다.

신호등 앞에서 멈추는 것, 나아가는 것,


빨강과 파랑은 스스로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