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되고 싶은 과거의 나
겨울 햇살이 쨍하다.
산책을 나선 길이 어느 해 이맘때 아이와 함께 걸었던 길이다.
아이의 웃는 모습, 다정한 몸짓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람은 없는데, 거리는 그대로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시기가 있다면, 아이가 떠난 그 해이다.
나는 그 해의 내가 아니고, 타인이고 싶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일직선상에 그린다면 한 점 전, 일 초 이전도 다 과거이다.
현재가 있기에 과거의 잘못과 실수, 후회도 견디고 잊으며 살 수 있다. 지나간 내 모습과 생각을 지우고 타인처럼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고, 새 힘과 용기를 얻어 희망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과거를 헌옷가지처럼 벗어버리고,
겨울 찬바람 같이 과거의 나를 낯선 타인처럼 휑하니 지나치며 현실의 삶을 빚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의 기억은 과거가 아닌 현재로 깊이 마음에 박혀 자꾸 아프게 한다.
지금에 잘 적응하고 허리를 펴려면, 아이도 그때의 나도 타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제대로 설 수 있다.
인간의 세포는 거의 7년마다 바뀐다고 한다. 그 7년의 주기가 언제인지 몰라 가늠할 수 없지만 인간은 모습도 마음도 달라진다.
지금의 나로 살려면,
과거의 나는 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