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첫길,
배의 꼭대기 층 선 덱에는
각국 사람들이 모여 빙고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푸른 바다와 맞닿은 파란 하늘, 한가로운 뭉게구름.
삽상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배의 후미 한 테이블에서
딸은 맥주를, 나는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짙푸른 물살이 갈라져 흰 포말과 섞이며 살아있듯 꿈틀거리는 항적은 장관이었다.
주스를 조금 남기고 항적을 바라보며 각자 생각에 잠겼을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내 컵 안면 중간쯤에 앉았다.
눈이 휘둥그레진 우린 대서양에 나타난 나비를 보며 동시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컵을 쥔 손끝이 하르르 떨렸다.
딸이 젖은 눈을 들어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곤 조심스레 사진을 찍었다.
투명한 컵의 안면에 붙어 미동도 없이 앉아 있던 노랑나비!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었다.
잠시 뒤 나는 행여 미끄러져 날개가 젖으면 다시 날지 못할까 봐,
나비의 날개를 살그미 건들었다.
그제야 나비는 내 컵 안에서 나와
꽃보라처럼 하늘로 날아올랐다.
셋이 꼭 함께 하고 싶었던 장거리 여행...
나와 딸은 나비가 사라진 쪽을 묵연히 바라보았다.
동양 문화에서 노랑나비는 영혼을 상징하고,
서양 문화에서는 기쁨과 즐거움을 상징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노랑나비가 꿈과 희망이어서 좋은 소식이 올 거라고 믿는다고 한다.
너는,
천사의 날개로 먼 곳까지 찾아왔다.
네가 머무는 곳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잘 지내고 있다고,
우릴 다독였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자주 네 생각을 했다.
평온하고 좋은 곳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낼 거라고 믿으면서도
어느 날은 베갯잇을 적시기도 하고,
어느 날은 너 닮은 미소를 짓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