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기억은 꽃처럼 피고, 너는 그 향기로 남는다

안녕, 다시 만날 때까지...

by 제노도아

6월의 바람이 꽃잎처럼 흩날리던 날이었어.

내게 진통의 끝자락이 보였어.

처음 들은 네 울음소리는 또랑또랑했지.

맑은 눈망울과 붉고 도톰한 입술, 그 무엇보다도 고운 얼굴이었어.

네가 내 품에 안겼을 때 세상은 새로운 빛으로 열렸어.

그날, 내 계절은 봄과 여름으로 피어났고 사랑으로 물들었지.

걸음마 때 서너 걸음 뒤에 넘어졌는데도 울는 않았어.

큰딸이 달려가 네 무릎을 호호 불며 울상이 되었지.

너는 걷기 시작하며 졸랑졸랑 여기저기 잘 돌아다녔어.

"요게 뭐야?"

"조게 뭐야?"

호기심 많은 눈으로 보이는 것마다 물어서 사람들은 너를 '호기심 천사'라고 불렀지.

'엄마'라는 단어를 또박또박 써서 보여주던 작은 손.

무대 위에서 낭랑하게 동시를 낭송하던 노랑노랑 유치원생.

은빛 우주복을 입고 찍은 사진 속, 빨강 별 머리띠를 쓰고 환하게 웃던 모습.

"엄마, 엄마, 쑤웅쑹!"

하며 별 머리띠를 쓰고 우주를 날 듯이 돌아다니며 까르르 웃던 너.

초등학교 운동회 날 먼지를 가르며 달려와서 안기던 상기된 표정.

중학교 땐 조곤조곤 말하며 아나운서를 꿈꿨고, 고등학교에선 반장을 하며 활기찬 생활을 했어.

항상 반듯하고 예의 바른 너는 한 번도 걱정할 일을 하지 않았어.

나는 네 책상에 쌓여 있는 상장들을 보며 흐뭇해 했지.

너는 초등학교 때부터 맨 끝줄의 서글서글하고 키 큰 여학생이었어.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일터에서 힘들어도 '괜찮다'고 했던 네 말에 마음이 놓였어.

K를 만나지 않았다면, 모든 날들이 평온하게 지나갔을 거야.

러나 한 조각이 모든 흐름을 바꾸었지.


네 나이 35세.

라일락 향기가 온누리에 퍼지던 날, 너는 조용히 눈을 감았어.

병실에 누워 두 팔을 벌려 나를 꼭 안고는,

엄마, 사랑해.”

하며 속삭였지.

그 말이 마지막 인사가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그렇게 너는 떠났어.


어느새 세 번째 계절이 지나고, 나는 너 없이 또 하루를 보내.

네가 그리워지면 창문을 활짝 열고 하늘을 봐.

거기 네 미소가 살포시 피어나.

더 자주 안아줄 걸, 더 많이 함께할 걸...

때늦은 후회가 아프고 슬프게 내 몸을 감싸곤 해.

늘 바빴던 너는, 휴일이 되면 화제작이나 관심 있는 드라마를 정주행했어.

나는 16회 드라마처럼 네 이야기를 16회에 담았어.

네가 언제든 정주행할 수 있게...


네가 내게 오던 첫 만남부터,

너무너무 보고 싶은 지금까지 너는 여전히 내 안에 있어.

나는 너를 영원히 잊지 않아, 너는 나의 빛으로 계속 곁에 머물러 있어.

그리운 마리따!

내 딸로 세상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줘서 정말 고마워.

다시 만날 그날까지

나는 너를 안고,

너를 그리며,

변함없이 사랑할 거야.

언제까지나...



지금까지 함께 마음 나누어 주신 분들과

같이 걸어주신 작가님들, 고맙습니다.

제게 이 연재는 글자의 기록만이 아니었습니다.

망설이고 머뭇거리다가 쓴 글이지만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이 저와 저의 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셨습니다.

그 손길 덕분에 저는 멈칫하다가도 다시 글을 쓸 수 있었고, 이곳에 마음을 놓아둘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마무리 글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동안 관심과 사랑으로 끝까지 지켜봐 주신 분들의 정겨운 위로와 다독다독 용기 주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