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bon, Portugal
Day 89.
Saturday, July 22
6시 반 아직도 스피커의 진동이 느껴지지만 내 침대로 돌아오니 음악은 이미 멈춘 후였다.
화장실에 가니 누군가 쓰고 있어 바로 옆 주방에서 대기하다 장을 비웠는데 오늘도 설사다.
8시 반이 되어도 조식은 준비되어 있지 않아 한참 기다렸다. 어제와 같이 우유를 넣은 커피와 토스트 4조각, 콘프레이크 마셨다. 누군가 남긴 오렌지도 먹었다. 대기자가 있으니 앉아서 먹는 것도 왠지 눈치가 보여 얼른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다.
제시간에 준비를 해두면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도 편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이제 쉬다가 체크아웃하면 될 것 같다.
오늘은 마지막 숙소인 훌라 호스텔까지 4.7km를 걸어가야 하는데 배낭이 다시 묵직해졌다.
벨렝 지구에 갈 생각으로 이곳을 예약했는데 벨렝은커녕 시내조차 겨우 다녀오는 상황이다. 미드타운에서 훌라로 바로 이동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짐은 계속 많아지고 있는데 공항까지 걸어갈 수 있을지 불안하다. 훌라 호스텔은 포르떼라 국제공항까지 걸어가기 의해 잡은 숙소였다.
리스본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 편이라 새벽에 공항에 가야 하는데 그 시간에 대중교통이라곤 택시뿐이다. 그런데 공항이 시내에서 가까운 편이긴 해도 여기선 택시를 호출해야 탈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그런 실랑이가 싫어서 공항까지 걸어가기로 했고 새벽에 혼자 걷는 것보다는 전날 저녁에 미리 걸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호스텔 일정도 미리 변경해 두었다. 마지막 노숙인 셈이다.
새벽에 배낭을 부칠 때까지는 밤새 짐을 지켜야 하지만 새벽 2시에 일어나서 공항으로 가는 것보다는 부담 없는 일이었다.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리는데 주변에 성당은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10시 반쯤 체크아웃했다.
햇볕이 뜨겁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다리도 잘 견뎌주었다. 번화가에 접어들 무렵, 무릎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고 배낭도 힘겨워졌다.
훌라 호스텔 있는 동네는 처음 가보는 곳이지만 덕분에 구석구석 분위기를 살필 수 있었다. 직선 길이라 헤맬 일은 없었으나 골목길로 접어들면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어 설마 했는데 그래도 길지 않아 다행이었다.
12시쯤 호스텔 근처에 왔는데 또 지나쳤단다. Holla Hostel (Rua Heróis de Quionga, 40 R/C Direito, Penha de Franca) 번지수로 찾았고 초인종 1층에 Holla라고 적혀 있었다.
14시부터 체크인이라고 공지되어 있었지만 바로 체크인이 가능했다. 예약에 문제가 있는지 왜 어제 오지 않았냐고 물었다. 체크아웃을 하루 앞당기느라 부킹닷컴에 요청했더니 변경이 안된다고 해서 호스텔에 직접 변경 요청을 했었다. 22~27일을 22~26일로 예약 변경 요청했는데 호스텔에선 21~26일로 변경된 걸로 알고 있었고 체크인 날짜가 하루 지났으니 예약 취소가 된 걸로 알고 있었다.
새 예약서를 보여주고 수습했다. 혼선이 있었지만 빈 침대가 있어서 무사히 체크인을 하고 8인실 11번 침대를 배정받았다.
그런데 방이 좁아도 너무 좁았고 시트가 너무 지저분했다. 하나 남은 침대라 어쩔 수 없어 나름 청소를 해보지만 나로선 감당이 되지 않았다.
이왕이면 깨끗한 곳이 낫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청소해서 깨끗해질 수 있는 곳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여긴 이불 커버뿐만 아니라 베개 커버도 교체하지 않는 것 같았다. 특가로 예약을 해서 여기서 4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비상용 일회용 시트를 꺼내 덧씌웠다.
창가 쪽 두 군데는 체크아웃을 했는지 이제야 시트를 교체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5번 침대로 교체해 달라고 했다. 창가와 침대 사이에 공간이 있어서 빨래 널기에 적당했다.
환기가 안되는지 작은 룸에 거대한 선풍기 두대를 돌리고 있었는데 먼지가 한가득 앉아있었다. 선풍기가 돌아가면 저 먼지를 그대로 마셔야 한다니 아찔해졌다. 누가 여길 깨끗하다고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13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이제야 매트리스 커버를 교체하고 있었고 아침 먹은 주방은 여전히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오늘만 그런 건가?
결국 악평이 많았던 미드타운 호스텔이 내겐 가장 좋았고 칭찬 일색인 카브와 훌라는 별로였다. 하루라도 줄이길 다행이다 싶었다.
씻고 나니 13시, 쉬다가 빨래를 해서 침대 난간에 걸고 나니 14시.
뻥튀기가 있어서 앉아서 먹으려고 식탁을 닦으니 새까맣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석 달 동안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던 미니 콜라를 마셨다.
14시 넘어 아프리카계 여성이 찾아왔는데 보스처럼 보이던 리셉시온 스태프랑 얘기를 하다가 주방을 정리하는 걸로 보아 새로 온 룸메이드인가 보다. 분위기 상, 일하던 스태프가 갑자기 그만둔 상황인가 보다.
시트를 교체하던 청년도 사라진 걸로 보아 임시로 도우러 왔었나 보다. 여하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냥 적응하기로 했다.
새로 온 스태프는 모든 짐들을 침대로 올리고 신발은 수납장 위로 올리고 빗자루로 쓸더니 창가의 빈 공간까지도 쓸었다. 먼지가 장난이 아니라 내 빨래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러곤 한참 후 물걸레질을 하더니 바로 짐을 내려버린다. 내 배낭! 얼른 내려가 비닐을 깔아보지만 이미 배낭은 젖었다. 비행기에 실으면 어차피 더러워진다 생각하기로 했다.
15시 반쯤 청소도 마무리되는 듯하여 주방으로 향했다. 쌀과 양배추가 있어 양배추 쌈을 해 먹으려다 간장이 있어 볶음밥을 해 먹기로 했다.
냉동실에 해물과 다진 마늘이 있어 해물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주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침대로 와서 에너지 드링크를 원샷했다. 17시다. 뜻하지 않은 밥을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려웠던 발목 부분에 세 군데 발진이 생겼다. 모기에게 물린 건데 너무 긁어서인지 아님 진짜 베드버그에 물린 건지 잘 모르겠다. 어젠 물린 자국이 보이지 않은 채 몹시 가렵기만 했었다.
배낭을 침대에 올리지도 않았고 침낭을 꺼내 사용하지도 않았으니 만약 베드버그라면 이불이 문제인 셈이고 호스텔의 문제인 거다.
어젯밤 그녀도 베드버그에 물린 게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요 며칠 몸 전체가 계속 가려웠다. 물린 자리를 보니 마치 송곳니 두 개가 문 것처럼 구멍이 두 개씩 나 있다. 다른 벌레가 있는 걸까? 얼굴에도 두드러기가 나있는 게 면역력 제로 상태인가 보다.
이 좁은 8인실은 만실이다. 2층 침대 4개가 벽으로 붙어있어 가운데 간신히 공용 공간이 있었다. 여자는 바로 나가버렸고 마지막 침대는 남자가 체크인했는데 24인치 캐리어를 끌고 와서 어수선하길래 내 배낭을 창가로 이동시켜 주었더니 28인치 캐리어를 하나 더 끌고 와서 자리를 차지했다.
선풍기 소음까지 한몫을 하고 있어서 짜증이 났다. 남자 혼자 도대체 무슨 짐이 이리도 많다냐. 창을 열었더니 바람이 제법 불어서 선풍기는 꺼버렸더니 세상이 조용하다.
20시, 하루를 마감하고 일찍 잠이 들었으나 인기척에 눈을 떴다. 투숙객들은 늦은 시간까지 밥을 해 먹고 샤워를 하고 얘기를 나누라 소란스러웠다. 잘 생각이 없는 듯하더니 다행히도 자정이 넘어가자 취침모드로 바뀐다.
이불을 덮지 않으려고 창문을 닫았으나 그럼에도 은근히 추워서 이불을 덮어야 했는데 아래 침대 여자가 들어와선 가림막은 내리고 창을 열어버린다.
Bonus +0.01€
Holla Hostel +B -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