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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용남 Feb 28. 2023

한국과 미국 창업자들은 무엇을 공통적으로 두려워하는가?

9년간의 B2B SaaS 사업을 통해 발견한 것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2014년 창업 후, 1년 뒤 첫 투자를 유치했고, 2019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로 회사를 이전했다. 지난 4년간 미국에 살면서,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서 글도 쓰지 못했다. 이제는, 궁극적인 최종 고객인 창업자들을 돕는다는 미션으로 지난 9년을 B2B SaaS로서 사업을 진행한 것에 대한 깨달음을 공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수많은 선배 창업자들 또는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는 다른 창업자들도 많지만, 9년간 한 우물만 파며 바닥부터 기어올랐던 나의 경험과 깨달음이 쓰임새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9년간 정말 많은 카테고리들이 스쳐갔다. 모바일, 클라우드, 소셜 네트워크, VR/AR, 머신러닝/딥러닝, 블록체인, NFT 그리고 요즈음은 Generative AI까지, 기술 생태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해가 뜨고, 빠르게 폐기된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의 극단적 변화 속에서, 우리가 진정 추구하는 비전과 미션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에 가까웠다. 그렇지 않으면 이 역동적 변화 속에서 나 스스로가 동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한 궁극적 비전을 ‘고객'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결국 이 역동성은 창업자와, 창업자의 비전과 미션, 그를 지지하고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도움으로써 이러한 변화와 혁신을 지지하고 리드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간략한 우리 회사소개..

2021년 말, 미국과 한국에서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누적 100억 원의 투자를 받게 되었고, Growth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Growth for what?’에 대한 질문에서 모호성을 마주하게 되었고, 현재 가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Growth가 궁극적으로 확장성을 갖고 특정 산업을 지배하거나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의 타깃은 한국이 아닌, 전 세계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크게 관통할 수 있는 우리만의 핵심 무기가 불명확한 것은 분명하게 위기로 다가왔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가졌는지, 9년간 무엇을 가져왔고 개발해왔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원하게 될 것이며, 어떤 것이 존재해야만 혁신을 빠르게 리드할 수 있는지를 발견하고 발굴해 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당시에는 유동성이 풍부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회사를 브랜딩 하는데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었으며,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Growth 경쟁이 치열했다. 나는 이 모든 치열함을 뒤로하고, 회사에 위기를 선언하고 다시 새로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돌아가 이 ‘발견과 발굴’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 1년간 미국과 한국의 정말 많은 창업자들, 리더들과 대화를 나누고 배울 수 있었다. 그들은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100% 투명하게 조직 내의 모든 문제와 자신의 고민을 공유할 수는 없다. 다만, 여러 대화의 맥락과 질문에 대한 답을 토대로 추상화하는 작업을 거쳐, 그들이 가진 공통적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은 더 이상 새로운 툴을 찾거나, 적용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찾아 나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관련 시장은 소수의 강자들로 정복이 되어있는 상태고, 당연히 그들 또한 계속해서 혁신하기 때문에 '혁신의 딜레마’에서 말하는 혁신의 임계점에 아직 명확하게 도달하지 못했다.


고객과 인터뷰 중인 Allo 팀


그리고, 존경하는 한 창업자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모든 조직은 이미 최적화가 되어있다.” 그들이 어떤 작은 문제들이 있을지라도 이미 모든 조직은 저마다 최적화된 방식이 있기 때문에, 작은 문제를 수정해 주는 새로운 설루션이 나온다고 할지라도, 그 변화에 대한 리스크가 훨씬 클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툴을 팔거나 설루션을 팔아서는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때, 나는 우리가 발견한 ‘사업이란 것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공통적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었다. 모든 기업과 창업자,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사업이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역동성을 갖기에 피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었다. 이 불확실성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막고, 조직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한국은 리더십이 조직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미국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리모트워크나 업무의 방식과 수단, 심지어 소통하는 인원을 통제함으로써 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조직원에 대한 시스템적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다.


그것이 미국에서는 ‘미팅’이었다. 한국과 미국의 조직 통제에 대한 강도는 내가 봤을 때는 매우 유사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의 리더는 본인이 조직을 통제하지 않고, Micromanage 하는 것을 혐오한다는 ‘좋은 리더’로서의 모습을 갖기를 강하게 원하는 반면, 한국은 리더 본인이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구성원들에게 강하게 통제성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었다. 한국은 시스템으로 사람을 통제했고, 미국은 수많은 미팅으로 사람을 통제했다.


예를 들면, 한국은 조직원들의 업무성과나 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모두를 사무실로 불러서 무슨 일을 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언제든 파악할 수 있는 준비를 했다면, 미국은 하루도 빠짐없이 sync 미팅을 하면서 Alignment라는 명목으로 계속해서 사람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파악했다. 


결론적으로 모든 국가의 창업자들과 리더는 조직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통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수단은 다를지언정, 기댓값과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이를 하게 만드는 원인은 ‘불확실성 제거’에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불확실성 제거’를 미션으로 잡고, 미국에서는 제품 신규가입을 막았다. 그리고, 제품을 바닥부터 다시 개발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Closed beta를 시작하게 되면서 우리의 미션이 확신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두 가지 가치를 핵심으로 제품개발을 진행했다.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두 가지 가치는 ‘가시성(Visibility)’과 ‘투명성(Transparency)’이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객이 해야 할 일은 조직에서의 ‘권위’를 제거하는 것이다. 권위적인 조직에서는 쓸 수 없지만, 권위를 내려놓고 불확실성을 극단적으로 제거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최대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 


조직은 이 가시성과 투명성이라는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두 가지 액션을 필요로 한다. 첫째로,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툴들을 연동하여 흩어진 모든 Work data를 통합 관리해야 하며, 둘째로 모든 조직원들을 하나의 공간으로 모아야 한다. 즉, 데이터와 사람을 모으는 것이 핵심 액션이다. 그리고, 이렇게 모으는 즉시 아래와 같은 기능으로 핵심 가치를 즉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활동기록: 조직 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한눈에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양한 툴에서 일어나는 모든 액션을 스트림으로 한눈에 볼 수 있다. 필터링을 통해 팀별, 개인별, 데이터별로 수집도 가능해진다. 
반면, 가시성과 투명성이 떨어진 조직에서 하고 있는 일: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sync 미팅을 요구하며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한다. 리모트워크를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인원들을 사무실로 불러 모아 눈으로 직접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대시보드: 수집된 데이터와 사람을 기반으로 본인들이 원하는 차트를 만들어 대시보드화 할 수 있다. 회사 대시보드, 팀별 대시보드, 개인용 대시보드를 별도로 관리하여 원하는 대로 커스텀할 수 있다. 
반면, 가시성과 투명성이 떨어진 조직에서 하고 있는 일: 다양한 툴들을 모두 돌아다니며 현재 업무 진행상황 등을 파악한다. 담당자에게 주간, 월간 리포트를 만들어 보고를 받으며, 그때까지는 모르는 채로 기다린다. 또는, 그냥 모르는 채로 불안해하거나,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정신승리 한다.



구성원:  현재 이 사람이 하고 있는 일, 주요 업무, 목표 진척상황, 조직도, 프로필 등 이 사람에 대한 360도 모든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반면, 가시성과 투명성이 떨어진 조직에서 하고 있는 일: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면, 이 사람이 조직에 대한 전체적 구조와 본인과 일해야 할 사람, 그들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사람들에게 계속 미팅을 요청한다. 온보딩 문서를 만들고 누군가에게 계속 업데이트를 요구한다. 또는, 그냥 부딪히면서 이 조직은 이런 곳이구나 서서히 알게 된다.


글로벌 검색: 구글드라이브, 아사나 등 모든 툴에 흩어진 데이터를 한 공간에 검색하고 찾아낼 수 있다.
반면, 가시성과 투명성이 떨어진 조직에서 하고 있는 일: 툴을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담당자에게 계속 받았던 정보나 파일을 재요청한다.


이외에도, 알로(Allo) 제품에는 목표관리(OKR) 기능과, 토론(게시판)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알로 내의 모든 기능은 우리가 기존 제공하던 캔버스(Canvas)와 연결되어 Visual 한 문서를 작성하거나, 실시간 협업할 수 있는 가치는 그대로이다. 다만, Allo도 사람들이 쓰는 하나의 개별 툴로 간주하며, 활동기록, 대시보드, 구성원, 글로벌 검색에 반영한다. 즉, Allo의 목표관리 기능, 캔버스 기능을 쓰지 않아도, 위의 3가지 핵심 기능(활동기록, 대시보드, 구성원)만으로 핵심 가치는 모두 맛볼 수 있다.


현재는 개발이 진행되는 대로 지속적으로 제품 내에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분기 내에는 위의 핵심 기능들은 모두 제공이 될 예정이다. 리더의 직접적 조직 통제 없이, 조직과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이미 베타 고객을 대상으로 우리의 가치를 일부 검증해오고 있다.


우리는 ‘일의 현재’를 파는 것이 아닌 ‘일의 미래’를 파는 일을 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일의 미래에 당장을 베팅할 수는 없다. 특히 큰 기업일 경우, ‘일의 과거’를 청산하고 있는 것도 벅찬 상황에서 ‘일의 미래’를 선택한다는 것은 큰 리스크이다. 결국 우리는 ‘일의 미래’를 추구하고 구성원 개개인을 프로로서 대우하며, 프로의 성과를 요구하는 혁신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든다.


모든 기업은 스포츠 팀과 같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리더의 역할은 지금의 역할과 크게 다를 것이다. 저마다 개성 있는 사람들이 모여, 본인들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미션을 달성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여정에 도움을 주고, 문제 해결을 돕고,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답을 실행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새로운 리더의 역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길목에서 Allo가 이 변화를 빠르게 주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창업 10년 차를 베팅할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를 함께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좋은 고객들이 필요하다. 고객과 함께 전 세계가 열광하는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일을, 오늘도 내일도 해나갈 것이다.


짧지 않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사업과 팀관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해결을 저와 Allo팀은 온 힘을 다해 돕겠습니다.


Allo 제품 데모 시연 요청

창업자/리더 대상 협업과 관련한 설문조사 

(제가 도울 수 있는 조직이 있다면, 직접 연락드리고 인사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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