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로드

모든 선택은 후회와 아쉬움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내가 선택한 길 위를 당당하게 걸어보자

by 도르유

'나는 후회 없는 선택을 한 거야!'
스스로 이렇게 되뇔 때가 있다. 나는 이 선택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고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고 하더라도 주저 없이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하지만 동시에 내 머릿속 어떤 곳에서는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주 사소한 일부터 크고 중요한 일까지 모든 일에 있어서 '나의 선택'이 필요하다. 그 누구의 선택도 아닌 '나의 선택'. 자율이 주어질수록 선택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 이는 곧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커짐을 의미한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대학 입학을 위한 입시 공부만 하면 되었다. 수능과 논술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지만, 정말 하루 종일 공부만 해도 되었기에 공부 이외의 선택 따위(?)는 없었다.

내 자율에 의해 선택한 결과에 대해 지금 와서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공부를 하겠다고 가족들이 태국으로 여행 갈 때 같이 가지 않았던 '나의 선택'... 지금은 3일을 공부해서 뭐가 달라지긴 했을까, 여행을 가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 더 가치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며 후회하지만 당시로써는 여행을 가지 않고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 '나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나는 바라고 바라던 대학생이 되었다. 사실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재수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내 선택과 자율이 없는 공부는 하기 싫었다. 대학만을 위한 공부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대학생이 된 후, 고등학생 때까지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마음껏 즐겼다. 늦게까지 놀고 싶은 만큼 놀고 여러 대학 축제에 가보기도 했다. 평소 관심 있었던 심리학 수업을 교양으로 듣기도 하고 대학 생활 목표 중 하나였던 교환학생을 위해 영어공부도 열심히 했다. 모두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고 그만큼 나에게는 큰 자유가 주어졌다. 자유 속에서 '나의 선택'을 끊임없이 이어나갔다.

하지만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대입 준비 시기에 느꼈던 막막함과는 또 다른 막막함을 느꼈다. 고등학생 때는 한 개의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함이었다면, 이제는 안개가 짙게 낀 여러 갈래의 길이 내 앞에 있는 듯한 막막함이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길은 있지만 머지않아 다시 여러 갈래의 길이 나타난다. 그러한 과정의 연속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선택은 후회와 아쉬움을 동반한다


나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대학 생활을 해왔다, 고 믿고 싶다. 내 삶의 주체가 되어 매 순간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실패의 쓴맛을 보기도 했지만 두 번째 길을 걸어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선택한 길이 아닌 다른 무수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저 길을 갔다면 어땠을까. 내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는 않았을까.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 내 몸 하나로 모든 길을 걸어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에 대한 아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더 고민하고 신중해진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은,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해나가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후회, 또는 아쉬움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길만 주어졌던 고등학생 때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더 많아진 지금이 더 행복하다. 그러니 '나의 선택'이 가능함에 감사하고 선택한 길 위를 당당하게 걸어보자.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아쉬워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소중한 순간이기에.


2015, 서울, DDP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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