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당일, 아침 일찍 할머니 댁으로 출발한다. 도착해서는 아침으로 직접 빚은 떡만둣국을 먹는다. 점심쯤이 되어서는 할머니께 세배를 한다. 그리고는 또 점심을 먹는다. 그 사이사이에는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설날 특집 방송 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매년 맞이하는 설날의 풍경이다.
이번 설날은 조금 다르게 보내고 있다. 점심을 먹은 후 동생과 밖으로 나와 할머니 댁 근처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꽤 큰 규모의 카페인데 빈자리가 거의 없다. 주변엔 혼자 와서 노트북을 꺼내 할 일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까지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설날 카페라고 하기에는 다른 보통의 날과 전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나 또한 동생과 함께 와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으니 설날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설날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그리고 그 변화에 나도 속해있다. 내년 설날에도 어김없이 할머니 댁에 가겠지만 하루 종일 친척들과 시간을 보낼 것 같지는 않다. 오늘처럼 카페에 와서 내 할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과 보내는 시간도 물론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명절 스트레스와 명절 증후군에 시달린다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만.. 동시에 세대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명절 풍경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에 따라 명절을 보내는 방법도 각기 달라지고 있다.
따로 또 같이 명절을 '잘' 보냈다고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