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미용실에 가기까지의 어려움

by 도르유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엄청난 숱을 보유한 곱슬머리였기 때문에 일 년에 두 번씩은 꼭 미용실에 가서 매직을 했었다. 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감당이 되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신기하게도 머리 성질이 바뀌어 반곱슬 정도의, 매직을 할 필요 없는 머리가 되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숱은 많지만 원한다면 볼륨매직을 하거나 원하는 모양의 펌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미용실은 잘 가게 되지 않는다. 버티고 버티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을 때 겨우 가는 곳이 미용실이다. 나도 내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귀찮음, 오랜 시간 소요, 비쌈(클리닉 등의 추가 비용), 결과물에 대한 불확실성 정도가 될 것 같다. 머리가 망한 경험까진 없지만 항상 뭔가 2% 부족한 결과물을 얻기도 했고 그런 결과물에 비해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꽤나 부담스럽다.


여러 이유들을 극복하고 드디어 오늘 미용실에 갔다. 작년 7월 이후 처음이니 정말 오랜만이다. 기를 대로 기른 머리는 다 상해버려 갈라지고 푸석푸석해진 상태였다. 처음으로 가본 미용실이었는데 대부분의 미용실에서 시도하는 '머리 손상으로 인한 좋은 클리닉 필요'를 제안하지 않아서 불편한 마음 없이 미용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2시간 후 머리는 더 가벼워졌고 원했던 무난하고 깔끔한 펌이 생겼다. 미용실을 나서며 앞으로는 머리 관리 잘해서 상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지만 이번에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언제 또 미용실을 가게 될지 모르겠으니 그저 지금 머리의 가벼움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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