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오는 날이다. 이번 겨울은 유독 추운 날이 별로 없어서인지 눈이 거의 내리지 않은 것 같다.
한겨울에 태어났지만 추운 걸 싫어하고 눈은 또 좋아하던 어린 시절, 생일날 첫눈이 오길 매년 바랐다. 12월 끝자락이 생일이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가 먼저 내리는 첫눈에 혼자 실망하곤 했다. 지금은 여전히 추위를 많이 타면서도 눈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나이가 되었다. 걸어다가 미끄러지면 어쩌지, 신발이 더러워질 것 같은데.. 어느새 아침부터 눈이 오면 걱정부터 하게 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눈 오는 날이 점점 줄어드는 변화는 아쉽기만 하다. 어릴 때처럼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하지는 않지만 하얀 세상으로 변해버린 풍경을 보는 것만큼은 아직도 좋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는 새하얀 눈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도 좋다. 왠지 모르게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연말은 아무리 추워도 좋다. 이번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함박눈이 내리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