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고 사랑하기
지금,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나요?
"너는 모두가 너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초등학교 4학년, 처음으로 부모님과 일주일 동안 떨어져 지낸 영어캠프에서 만난 친구는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는 말을 나에게 했다.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만큼 나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나를 싫어했던 것 같다.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나를 싫어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까지 누군가가 나를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해왔고
미움받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을 받고 싶어 할 것이다.
반대로, 미움받는 것은 두려워할 것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 그 무리에 끼어 노는 것이
그 시기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무리 중 한 명의 미움을 사게 된다면
그 무리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다는 두려움, 반에서 혼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1년 간 함께 지내야 했기 때문에 그 두려움은 무엇보다도 컸다.
그 과정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나에게 피해 준 것 없이 누군가를 미워한 적도 있다.
미움받기는 두려워하면서 미워하는 것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그런 어린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에 대해 안 좋은 것만 보고 안 좋게만 생각하는 나를 보면서
'나도 참 피곤하게 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은 그 사람을 힘들게도 하지만
나 자신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일 뿐.
게다가 이상하게도 누군가의 거슬리는 행동이나 말투가 한번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그 행동과 말투가 나에게 옮겨져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그랬다.
어쩌면 싫어해서 닮아간 게 아니라 닮아서 싫어하게 된 것일지도...
그리고 다짐했다.
미워하기보다 사랑하기로.
상대의 좋은 점에 집중한다면 그 점이 어느 순간 나에게 옮겨져 있지 않을까.
물론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싫어할 만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기에 그 감정을 굳이 억누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굳이 또 그 감정을 끄집어내 이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이제는 나와 인연을 맺는 사람들에 대해 더 좋은 모습을 찾게 된다.
험담을 통해 이야깃거리를 찾지 않는다.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을 배우려고 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 내 감정을 숨기고 솔직하게 내 마음을 말하지 못한다.
언젠가는 미움받는 일까지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을까.
당분간은 미움받고 사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