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 기록

2월. 설날을 씁쓸하게 보내는_마음

by 도르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원하든, 원치 않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알 수 없던 일들을 알아가게 된다.


그중에서도 몇 년 사이 보이기 시작한, 알게 된 것이 있다.


덕분에 명절을 보내는 마음이 씁쓸해졌다.


어릴 땐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이 마냥 반가웠고 명절 음식은 맛있기만 했다. 나에게 설날과 추석이라는 명절은 다른 때보다 더 길게 쉬면서 놀 수 있는, 전혀 나쁠 것 없는 그런 날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보이지 않았던 장면이 눈에 들어왔고 한번 보기 시작한 모습은 거슬렸으며 불편했다.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당연했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이리저리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과 가만히 앉아 TV를 보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밥을 먹다가도 밥과 반찬이 부족하면 일어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 앉아있는 사람들은 열심히 먹을 뿐이다.

그 사이에서 틈틈이 도울 수 있는 일을 돕다가 놀다가 식후 설거지를 하며 뿌듯해하고 있는, 내 모습까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동시에 모두의 잘못이기도 한 모습들이 너무나 오래 지속되어 단번에 바뀌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목소리 높여 달라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지 못하기에, 한층 더 씁쓸해진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기엔 서로 많은 상처를 준 관계도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가족이 너무나 중요한 나머지 또 다른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 깊어진 감정의 골은 회복되기 어렵기에 명절만 되면 조그마한 일만으로도 고스란히 스트레스가 되어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한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점점 어떤 상황인지,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어떻게 생겨난 건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왜 진작 알아채지 못했을까, 왜 그 순간에 뭐라 말하지 못했을까. 어른으로서 마땅히 보여줘야 할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왜 이렇게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아지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명절만 되면 맞닥뜨려야 하는 관계이기에, 씁쓸해질 뿐이다.




올해 설날은 코로나로 인해 덜 씁쓸한 명절이 될 거라 기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뜻 불편한 장면이 연출되고 감정 상하는 상황이 며칠 간의 연휴를 헤집어놓아 버렸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 조금씩이라도 명절 풍경이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가족 간의 감정 상하는 일이 없도록 명절이라고 모이는 불편한 관계를 억지로 이어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역할이라는 이름으로 구분되어 자리 잡은 경계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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