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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라는 탈을 쓴 감정

by 여니

사람이 가장 약해질 때는, 감정의 틈이 벌어졌을 때다. 슬픔이든, 외로움이든, 무너진 마음은 온기를 찾는다. 그때 들은 그 말은 따뜻했고, 배려로 가득했다. 그래서 믿었다. 정말로 나를 걱정해 주는 줄 알았고, 함께 아파해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모든 것이 결국 ‘순간의 감정’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저 짧은 감정의 기착지였을 뿐이었다. 내 얇아진 힘든 틈으로 들어왔고, 그 안에서 잠시 머무르다가, 아무런 흔적 없이 떠나가는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어떤 사람은 위로하는 듯 다가오지만, 그 속에는 타인의 고통을 본인도 모르게 이용하는 이기심이 숨어 있다는 걸. 그들은 자신이 외롭거나, 뭔가를 채우고 싶을 때 누군가의 아픔을 빌린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처럼 보이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 후로, 나는 감정의 틈을 쉽게 열지 않으려 한다. 진심인지, 순간의 감정인지 분별하기 위해서일까. 어쩌면 조금 더 외로운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누군가의 감정 놀이판이 되는 고통보다는 훨씬 견딜 만하다.

아닌 분들이 훨씬 많으니까.




* 너무 오래 저장했던 사진이라 출처를 모르겠음.(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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