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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어가는 봄의 풍경처럼.

by 여니


물들어 간다는 것은 / 조동례 作

물들어 간다는 것은
마음 열어 주변과 섞인다는 뜻이다

주변과 섞인다는 것은
저마다의 색을 품어 닮아간다는 것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밀었다 당겼다 밀었다 당겼다

닫힌 마음이 열릴 때까지
서로의 체온을 맞춰가는 것이다

태양이 어둠을 받아들이는 것도
봄꽃이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것도

마음이 닮아가는 것이고
마음이 닮았다는 것은 편하다는 것이고

편하다는 것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물들어 가는 봄의 풍경처럼
사람 사이에도 따뜻한 물결은 여전히 흐르고 있습니다. 각박하다는 말이 익숙해진 요즘, 우리는 너무 바빠서, 너무 지쳐서 서로를 바라보는 일조차 잊고 사는 것만 같지만 문득문득 다가오는 작은 온기들은
이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걸 말해줍니다.

버스를 기다리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손길, 지하철에서 조용히 자리를 양보하는 눈빛, 카페에서 커피가 쏟아졌을 때 건네는 “괜찮아요”라는 한마디,
이런 순간들은 작지만 깊은 물결처럼 우리의 마음을 스며들게 합니다.

누군가의 슬픔 앞에 조용히 함께 앉아주는 일, 서툴지만 진심 어린 “괜찮아?”라는 말, 그 모든 배려는 결국,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서로의 마음이 닮아가는 시간, 그 안에는 봄이 천천히 물들어가는 것처럼 따뜻한 사람다움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이런 작고 조용한 배려들이 더 빛나고,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물들여가고 있습니다.


내가 찍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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