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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Nov 21. 2023

나에게 글을 써 본다.

거울을 보 듯 나를 본다.

나에게 처음으로 글을 써 본다.



네가 조금이라도 편안해졌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 잡다한 생각 없이 꿈도 꾸지 않고 깊게 잠들고 너무 우울하지도 않은 마음을 가지고 생활했으면 해. 너의 지금 또한 너의 일부이고 그래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좋아하는 만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네가 슬퍼함때문에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다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편안해졌으면 한다.



우울이라는 단어를 어릴 땐 아니, 젊을 때도 굉장히 무서운 단어로 여겨졌었어. 지금은 그 우울을 이겨내려고 이를 그리 악물고 있으니 어금니가 얼마나 아프겠어. 그냥 요즘 우울이라는 감정과 자주 마주치는 것 같아서 몇 자 쓰고 있어. 다음에 볼 때는 그냥 스쳐 지나가자.



그 많은 상처를 방치하지 말자. 치료하지 않는다는 건, 끌어안고 살겠다는 마음일 텐데, 상처는 싸워서 이기고 지는 경기가 아닌 것 같아. 피할 수 있을 만큼 피해도 봤는데 마주친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야.



"앞으로는 행복하겠지."라는 말이 민망하고 무색할 만큼 내일도 그 내일도 똑같은 하루일 걸 알지만, 그래도 그 기대감을 갖고 잠자리에 드는 오늘 밤이길 바라봐. 걱정이 너무도 많은 요즘 그러길 기도해 본다.



하루를 겨우 버틴 너에게 위로가 되어 주고 싶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별거 아닌 물음이었지만 서러움이 턱 끝까지 복받쳐 오르는 순간은 어찌할 수 없단 건 너도 알잖아. 구구절절 모두 말할 방법은 없지만 너의 전쟁 같은 하루하루가 마음과 생각의 그늘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무겁다. 얼마간의 고단함은 눈물처럼 쏟아내도 괜찮지 않을까 해.



상처받고 상처 주는 사람에게 익숙해지면 어쩌면, 너도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봐 끊임없이 돌아보게 돼. 그런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먼지 털 듯 얼른 털어버리자. 그것이 눈물이든 누군가와의 대화든 지 말이야. 아기가 우는 데도 이유가 있는데, 하물며 어른이 우는데 이유가 없을까. 이 세상 모든 일이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이 나를 붙잡고 늘어지며 마구 흔들어 댈 땐, 그냥 잠시 눈을 감고 아무 생각하지 말자.



요즘 너의 우울이 길어진 것 같아서 조금은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야. 체념과 무기력이 너무 길다. 대차게 휘몰아치는 큰 바람이 반복되어 오고 가도 주변은 그대로인 것을 알잖아. 네 안에서 부는 그 우울의 바람에 너무 오래 흔들린다.



늦은 밤 떠올리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많아. 새벽이 가까워 오고 생각이 깊어질 때 문득 떠오르는 것에 한없이 허전해짐을 느끼곤 해.



삶에는 변수가 많은 것 같아. 다행히 아닌 사람들도 있지만, 넌 늘 계획하에 살려 했고 그래왔지만 삶은 보란 듯이 계획을 깨버리네



모든 삶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을 너도 알고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 죽음이라는 단어는 언뜻 생각해 보면 매우 무서운 먼 느낌으로 생각되지만, 생각보다 가깝고 주변에 널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만 자주 까먹게 되는 것처럼. 생각하지도 말아야겠지만 혹여나 예상치 못한 일로 다쳤을 때 피부에 와닿는 무서움으로 내일이 간절해지기도 하잖아. 그러니 넌 죽을 만큼 살고 싶은 것일지도.

예전 내 책상.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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