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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밝는다

by 여니

아침이 밝는다.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이 나를 깨우지만, 마음은 쉽게 따라오지 않는다. 눈을 뜨는 순간,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설렘도 기대도 아닌, 어쩐지 모를 두려움이다.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버텨야 할 시간들이 길게 펼쳐진다.


가슴 속 어딘가가 조용히 쪼그라드는 느낌, 아무도 모르게 스스로를 다잡는다. 그래도 나는 알 듯하다.

이 두려움은 나를 포기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려는 마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하루를 일으킨다.


때로는 아무 일 없는 듯, 웃고 말하고, 걷고 일한다.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사실은 작은 기적같다.

아무리 무거운 마음이어도,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다시 움직인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작게 속삭인다.

"오늘도 괜찮아."


언젠가, 아침이 두려움이 아닌 따뜻한 설렘으로 다가올 그날의 아침을 꿈꾸며, 그저 조용히, 믿고 걸어간다.


* 겹겹이 쌓인 건물들 사이의 바깥 현관문을 열고 이 곳으로 온 지 그래도 좀 되었는데 처음으로 그 하늘을 올려다 보았고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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