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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에 나는 발걸음을 뗀다

by 여니

병원을 향하는 길,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에 나는 발걸음을 뗀다. 하늘은 매일 조금씩 다르다. 어제는 비가 참 많이도 내렸는데, 그래서일까. 오늘 아침 하늘은 유난히 투명하고 맑다.

병원에서의 루틴은 늘 같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채혈을 마치고 유전자 검사를 기다린다. 마치 숙제 결과를 받아 드는 아이처럼, 그 조심스러운 두려움과 희망이 교차한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스르르 스며드는 한기를 막기 위해 미리 챙겨 온 머플러를 어깨에 둘러본다. 그 따뜻함에 조금은 안도한다.

거리엔 봄이 한창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날이 갈수록 가벼워진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봄이 완전히 오지 않은 듯, 나는 아직은 쌀쌀하다.
아마도 아주 한낮엔 집에 있어서일까. 아니면 마음속에도 아직 겨울이 머무는 걸까.

모두에게 봄기운이 스며들기를.


*새벽 5시 45분에 찍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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