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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아쉽다.라는 말로는 표현 안 되는 아리고 쓰린

by 여니

"엄마,
아니, 어머니라고 해야 하는 걸까…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잘 안 되더라.
어릴 땐 존댓말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그냥 엄마한테 자연스레 말 놓고 있네.

이번 어버이날에 연휴도 겹쳐서 고모네랑 다 같이 밥 먹었어. 근데 그날 밤에 엄마 생각났었어.

엄마는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말하잖아.
근데 사실은 내가 더 고마워.
어릴 때 사진 꺼내보다가 괜히 마음이 이상해졌어.
옷차림 때문만이 아니라, 엄마 손길이 그대로 느껴지더라. 처음이었던 것 같아. 이런 생각은.

내가 3.96kg였다는 것도 잊고 있었어.
제왕절개란 수술을 국소마취로 나 낳았다는 얘기는 이번에 듣고 좀 놀랐어. 또, 내가 그렇게 낯도 많이 가리고 사람도 심하게 가렸다는 것도 이번에야 다시 떠올랐어.

근데 기억나는 게 있어.
아빠는 늘 “그래, 그래” 하고 넘어갔는데, 엄마는 조용히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잡아줬던 거.
절대 크게 소리 내어 혼내진 않았지만, 그 말들이 더 단단하게 남아 있어.

항상 말이 짧고 표현 못해서 미안해.
속으론 이렇지 않은데, 엄마 얼굴 본 지 오래돼서 그런가 자꾸 표현이 서툴러지고, 말하고 나면 괜히 걱정되고 그래.
엄마,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어~."


10시 반쯤 지나고 나니 톡이 두 개가 동시에 왔다.
하나는 정말 싫은 독촉의 톡. 다른 하나는 정말 반가운 톡이었다. 캡처하려다가 중간중간 개인적인 얘기가 있어서 그냥 옮겨 적어보았다.
난 동작동 국립묘지 생각을 하다 접었는데... 이런 편지를 받아도 될는지.


연락은 했지만 엄마가 급박한 폭풍 속에 있단 이유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중요한 시기에 엄마의 부재가 컸을 것이라는 죄책감에 늘 마음이 애리다. 그것은 아프다. 아쉽다.라는 말로는 표현 안 되는 아리고 쓰린 감정이다.
고맙다. 잘 자라주어서.


* 요즘 찍은 사진 한 장 보내라고 했더니 이건 뭔 놀란 눈도 아니고...
* 옆의 친구 손이 여자 같다고 여사친? 여자친구? 했더니, 남자라네. 음...

* 미안타. 아들.. 사진 마음대로 올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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