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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Nov 25. 2023

내가 빵 터진 이유...

침대라고 하기에도 연식이 오래되고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거려서 돌아누울 때마다 깨기 때문에 조심하는 허리 아픈 사람에겐 더 불편한 침대지만 그래도 있는 것에  감사한다.

그럼에도

 좁은 영향도 있고 남편.  그리고 나 이렇게 순서대로 서로가 몸이 불편한지 꽤 되어 잠이라도 편히 자자는 결론하에 서로 각자 잠자기 시작한 지 2~3년이 더 되었다.

그러다
요즘 방이 너무 좁기도 하고 바닥에서 자는 게 처음엔 허리가 괜찮다 하더니 불편한 듯 보여서 올라오라는 말에 냉큼 올라와서 자는 대신 서로 불편하니 이불은 각자 따로 덮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난 청록색, 옆지기는 감귤색.
숙소주인이 이런 색감을 좋아하나 보다.

어릴 적
책상 못 넘어오게 선을 죽 긋고 넘어오면 서로 티격태격하듯이, 요즘 밤마다 우린 티격태격하곤 한다.
난 어릴 적부터 이불도 칼각으로 펴서 자는 편이었다. 많이 유연해지긴 했지만 옆지기의 감귤색 이불이 넘어오면 아닌척하며 발가락으로 밀었다.
뭐 그런 점에선 옆지기도 절대 지지 않는다.
52세 부부치고는 참 유치하고 어린 짓을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로맨스와 같은 일은 없다고 봐야 할터.

어제부터 웃으면서 옆지기가 은근히 툴툴대기 시작했다.
식당일이 고정적이면 좋으련만 물가도 너무 오르니 원가 절감으로 바쁠 듯하거나, 단체예약이 있는 날 저녁장사 시작 전에 전화로 부르는 식이라서 이 일 또한 수입이 일정치 않다. 예~전엔 식당 보조일이 꽤 수입이 쏠쏠했다고 들었다. 그런 하루하루 중
요즘은 쓰러진 뒤 솔직히 엄두가 안 난다.

비가 오려는 지 다리도 서로 쑤시고 일찌감치 누웠다. 또다시 장난 같은 그러나 장난만은 아닌 자리싸움이 시작되었다. 무슨 말 끝에

"나 땀나~" 아이 같은 코맹맹이 소리로 요즘은 예민하던 이가 새삼 낯설게 애교 아닌 애교 섞인 말을 하길래

"근데, 어쩌라고?" 묵뚝뚝한 내 말에 또다시  혀 짧은 말로 "자꾸 그 르케 말하면 안 되는 고양", ""아~그래? 이렇게? 참나 애교 없는 내가 이러려니 거시기 하구만." 그랬더니 뭐라 뭐라 구시렁 대서 "빨리 머뭇거린 뒷부분 제대로 얘기해 줘" 했더니, "자기가 멍청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멍청이니까 땅도 뺏기지.. 당신은 광개토대왕이야~"


나 원참 빵 터져서 웃었다.

고달픈 삻에
이렇게라도 웃어야지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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