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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Dec 06. 2023

어느 언덕의 바람에 따라 머문다.


난 계획과 시간 그리고, 약속에 대한 강박이 어릴 때부터 있다. 자라오면서 환경에 베여든 것이겠지.


소천하신 엄마는 약속시간 거의 1~2시간 정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는 분이셨다. 어릴 땐 그런 엄마의 성격이 피곤하고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저절로 학습처럼 배움처럼 내게 스며들었다.

약속에 늦었던 때도 별로 없지만 혹여 늦으면 차 안에서 좌불안석이고 중간중간 내 도착시간을 상대가 가늠할 수 있게 문자를 남기곤 한다.
 
며칠에 한번 혹은 몇 주의 한번 숙박시설을 옮겨야 한다.

(자세한 얘기는 언젠가 얇은 천 하나 얹지 않을 정도로 자신 있을 때 써보려 한다.)
주인은 같으나, 다른 곳에 갖고 있는 좀 더 저렴한 숙소로 옮기게 되었다. 그것도 앞으로 며칠을 더 머물 수 있을지 알 길 없다. 그 알 길 없음이 두렵지만 그래도 며칠 전의 막막함보다는 또다시 견딜 수 있는 며칠의 방도가 생기니 이 역시 참으로 감사하다.

옮기는 날 전날엔 저녁부터 별로 없는 짐이지만 난 다음 날이 될 내일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해 두었고, 10시 반 시간에 딱 맞춰 옮길 채비를 끝내곤 한다.


그러던 중 비 내리는 어느 날 옮기기로 한 곳 전사용자의 나갈 준비가 늦어져서 우리의 시간은 1시 반에서 2시로 세 시간 동안이나 붕 떠 버렸다.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데 캐리어와 가방을 들고 두껍지 않은 옷을 걸친 채 말이다.
난처해하는 옆지기 얼굴을 보고 난 불편함을 참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겠지만 마음이 불편하면 말 수가 적어지듯 우린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타인이 불편하든 내 마음이 편하고 보자 하면 스트레스는 덜 받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 심지어 부럽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난 내가 힘들어서 절대 못 할 생각들이다.

문득 지금 어디선가 본 글인 듯한데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삶의 짐을 가볍게 하고 먼 인생길을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처럼 살고픈 우리가 지금
어느 언덕의 바람에 따라 머문다.
 _ 어디선가 본 글.






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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