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니 Dec 11. 2023

나는 불완전하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면서.

서울의 한강에는 우리가 다 알다시피 아름다운 다리가 많다. 유난히 동호대교는 피하게 된다. 웬만하면 한남대교. 그런데 밤에 보면 유난히 아름다운 다리가 나에겐 "동호대교" 다.



옆으로 지나가는 노란 불빛의 모습.



안 좋은 것들도 화려한 조명을 비추니 인정하기 싫지만 아름답다.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할 때가 있다.



차들이 밀리기도 하고 답답한 평소 예쁘다 생각하지 않던 동호대교가 불필요한 것들이 안 보이는 불 켜진 다리에 노랗게 사진렌즈로 조절한 듯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걸 보면.


분명 다리의 모습은 낮에도 변함없이 똑같했을 텐데 말이다.


결은 다르지만 한참 전 한밤중에 정전이 돼서
더듬더듬 화장실도 가고 자려고 준비도 했을 때
분명 정확히 했다 싶었는데 아침이 되어 빛이 환하게 들어오니 평소에 비해 엉망이었다.



티슈도 여기저기 떨어져 있고 화장실 신발은 한쪽이 뒤집어져 있고 손 씻은 거울엔 평소 없던 여기저기 물 튄 자국도 보기 싫고 선명하게 보였다.


작은 일에 신경 쓰지 않기를.
잘 안 되는 나인 걸 안다. 그리 반평생을 살아왔는데
어떻게 쉽게 바뀔까 싶지만, 그래도 해 보는 거다.
나는, 사람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면서.



내 사진. (차 타고 지나가면서 찍은 동호대교의 저녁)

작가의 이전글 달이 안 보여도 밤이 참 곱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