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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n 01. 2018

괜히 느끼는 소외감

직장인 VS 나, 자존감의 문제인가요 

퇴사하고 이전 직장 동료는 잘 만나지 않는다. 공통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같이 회사에서 비슷한 시기에 퇴사한 L은 (생각보다) 잘 만난다. 사람이 위화감이 없다. 만나면 주눅 들거나 내가 무언가 사줘야 할 것 같은 사람은 만나기도 전부터 부담스럽다. 


강북으로 이사한 후로는 강남이나 합정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더욱 드물어진다. 강북은 처음이라 동네 친구가 있지도 않고, 동물친구는 있다. 키우는 냥이.


친구가 필요한 시간에 생각난 사람은 의외로 동갑내기 친구가 아닌 나보다 5살 어린 L이었다. 3주 만에 이직을 성공한 능력자, 주위에 항상 사람이 많은 에너자이저. 


L은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자주) 놀러 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평일 저녁 맞춰서 가려고 하니 구구절절 L에게 돌아온 대답은 6월 중순이나 가능한 스케줄이었다. 


만나려면 몇 주를 기다려야 하나. 나는 왜 L을 만나려고 했던 걸까.


직장을 다녔던 일상을 돌아보니, 일하는 내 위주로 돌아가고, 상대가 나에게 맞추는 게 너무 당연했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는데 벌써 잊어버렸네. 


난 지금 L과 달달한 대화하는, 밥 한 끼 편하게 먹으면서 수다 떠는 그 시간이 필요했을 뿐인데...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얼마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맛있게 드세요
오늘 점심은 뭐 먹지?
간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자자 

대화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단어들이다(카게 보조라서). 말을 잘 할 기회가 없으니까, 절로 글을 쓰게 된다. 


많은 무리 속에 한 명의 객체로 들어가 있는 상황이 낯설다. 한 주 동안 무엇을 했는지 나누는 자리도 익숙하지 않다.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은 일을 뺀 일상으로 채워져 간다. 잘 살고 있다고 빽빽거리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다). 


어제 타인의 브런치에서 자칭 퇴사 전문가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알려면 싫어하는 것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회사를 그만두고 어떻게 지내는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싣기까진 일단 나란 인간부터 인터뷰로 정리하면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퇴사해서 이직을 준비하며 분명 쉬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퇴사는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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