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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n 03. 2018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배우는 환대의 기술

퇴사하고 사무실 밖에서 배웁니다

작은 카페에 갔다가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곤 결국 오래 있지 못하고 나왔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2시간 정도 엉덩이를 붙이려고 했건만 주인과 어설픈 대화를 시작해야 했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게 그렇게 편안하지 않았다.


무더운 날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킨 나의 잘못된 선택도 한몫을 했다. 할 수 없이 다음 약속이 있기에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에 들려 공간 이용료를 내고 서비스하는 바리스타 그녀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작은 카게에서 일을 돕기 시작하면서 서비스 매뉴얼이나 관련 교육을 받진 않았다. 장사의 인트로는 대부분 비슷한 것 같다.


손님에게 인사하고 응대하고 주문받고 계산하고 음료를 제공하고 마지막 인사를 마무리한다. 매뉴얼로 교육받는 그녀들의 서비스에는 어떤 비법 같은 게 있진 않을까 궁금했다.


1. 손님이 오고 나갈 땐 떼창 

- 안녕하세요. 카페 이름 무엇무엇 입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주문하지 않고 들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그녀들은 인사를 했다. 작은 카게에선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는 하지만 카페 이름 땡땡을 말하진 않아서 할까 말까 망설여진다.


2. 손님이 계산할 때 

- 사이즈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 총 얼마입니다

- 학생할인해서 얼마입니다

- 감사합니다 음료는 바로 왼편에서 준비해드릴게요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손님의 선택권이 무한대다. 사이즈도 골라야 하고 들어갈 시럽도 고를 수 있고 통신사 할인도 가능하다. 반면 잘되는 작은 카케의 메뉴는 지금까지 발품판 결과론 생각보다 손님에게 선택권이 없다. 카게에서 제공하는 무난하게 대중이 잘 먹는 메뉴로 가격 역시 일정한 수준을 넘지 않았다.


지금 일하는 카게도 학생 할인이 있어서 다음에 말할 땐 저 멘트를 응용할 생각이다.


3. 손님이 음료를 받을 때 

- (벨을 건네 받으며) 어떤 음료 준비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스트로는 왼편에 있습니다


동일한 멘트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해진 멘트만 사용하진 않았다. 어떤 말은 하고 어떤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는 빼먹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은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데, 듣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내 돈 내고 주문하고 받으면서 처음과 마무리는 동일한 게 좋겠다 싶었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덧붙이는 몇 초의 시간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녀들은 수다를 떨다가도 어떤 손님이 나가든 들어오든 놓치지 않고 정해진 인사를 했다.


이곳의 기계 역시 주문받자마자 왼편에서 준비되는 상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전자동 머신으로 어디에서나 같은 맛을 내는 것 같다.


사진 출처 : pexels

프랜차이즈 매장 카페의 넓은 바는 일하는 바리스타들이 잠시 숨을 고르기에 제격처럼 보였다. 테이블에 앉으면 그녀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머즈 귀를 가진 나 같은 고객에겐 어떤 말을 하는지 안타깝게도 다 들었다. 주로 이용 고객의 뒷담화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풀 곳이 없자는 생각도 스쳤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바리스타라고 프랜차이즈 공고를 보면 많이  110만 원 정도 책정이 되어 있었다. 그 정도 임금이라면 그녀들처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왜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오히려 얼마 전에 프릳츠 바리스타 공고 모집을 봤는데 200만원이 넘는 월급에다가 힙한 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까지 준다. 기술자를 기술자답게 대우하는 마인드는 대표의 경영철학에서 나오는 것 같다.


외국에서 들여온 프랜차이즈 매장은 사람이 대체 가능한 어떠함으로 보는 건 아닌지 안타까웠다. 장사나 경영을 하면서 좋은 사장이 된다는 건 생각 외로 무지 어려운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장사를 돕기 시작하면서 내가 손님이었을 때를 돌아본다. 왜 그곳에만 가면 내 지갑이 활짝 열리는지, 회사 밖 정글에서 배우는 이 기술이 또 어떻게 쓰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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