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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l 04. 2018

시, 잘 살고 싶어서 꺼내 읽어요

퇴사하고 다시 글을 씁니다 - 감응의 글쓰기 #5. 혼자 가는 먼 집

나에게 시집을 읽는다 혹은 시라는 장르가 주는 의미는 글을 더 잘 쓰기 위한 소재 정도로 생각했다. 


읽으면서 깊은 감응을 받기보단 한 줄이라도 쓰기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충실히 읽었다. 언제쯤 시가 내게로 올까?


쉬운 시는 감응이 금방 오는데, 좀 어렵고 축약단 단어로 적힌 시는 가슴까지 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나이 들수록 꽃이 좋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다행스럽게도 '먹고 싶다'는 시가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시에서 '먹는다'는 욕망에 대해 내가 생각한 단순 식욕의 의미만을 말하진 않았다. 잘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 덕분에 내가 왜 그렇게 먹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거면, 충분하다.



각자 마음에 와 닿는 시를 낭송하는 걸 들으면서 어려웠던 시가 조금은 쉽게 느껴졌다. 눈으로만 읽었을 땐 와 닿지 않은 구절이 콕콕 박혔다.


천천히 멈추면서 한 그루가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한 그루와 자전거)

> 전혀 같지 않은 나무와 자전거를 대조해서 언어로 아름답게 풀어헤쳤다. 나한테는 천천히 멈추는 게 무엇보다 어려워서 그래서


엉겨 붙어(남해섬에서)

> 모든 게 다 엉겨 붙어 있는 느낌. 요즘 내 상태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킥킥 당신(혼자 가는 먼 집)

> 인생의 메타포가 담긴 시라고 은유가 말했다. 인생은 같이 가는 듯 혼자 가는 것인가



'서두와 결말'이라는 주제로 글의 내용과 구조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지각해서 반장의 글을 인용).


"글에서는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구심력'이 중요하다."

글의 분위기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이야기를 한 곳으로 끌고 가는 힘이다. 이것은 뼈대나 구성보다 ‘전기자장력’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힘, 구심력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구성력이든 구심력이든 각자에 맞게 택하되 ‘주제는 작게’ ‘하나의 흐름으로’ 밀고 나가자.[천개의 눈 천개의 길]


"멋 부리느라 지면을 낭비하고 있진 않은가"

"처음과 마지막 문단의 내용이 글의 톤이나 주제에 벗어나지 않았는지 퇴고할 때 보아야 한다."

"유명 작가의 글을 제외하고, 첫 단락이 장황하면 독자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마지막 단락에 일반론(어디에 넣어도 말이 될 것 같은 추상적인 문장)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진 않은 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했느냐는 크게 중요치 않다. 그 상황이 어떤 영향을 주어 지금의 나를 형성했느냐가 중요하다. 글쓰기는 거듭되는 자기갱신의 기록이어야 한다.  [천개의 눈 천개의 길]


1. 시는 갖은 노력이 필요한 장르예요. 이미지화를 잘 시켜주죠. 시를 읽다 보면 오만함을 내려놓을 수 있어요.

2. 시집에서 첫 번째 시가 갖는 의미는 첫 문장, 첫 문단만큼 의미가 있어요. 전체의 방향성과 의미를 나타내거든요. 어떤 글이든 읽게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3. 어떤 시를 읽다가 좋아졌어요. 이유를 몰라도 계속 읽는 노력을 하다 보면 보일 거예요.

4. 시인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줘요. 그들이 그냥 쓰는 단어는 없어요. 다시 본질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죠. 어떻게 이런 단어를 쓸까요? 단어의 민감성을 엿보게 돼요.

5. 시를 볼 때, 그 시의 제목이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6. 혼자 가는 먼 집의 허수경 시인은 29살 때 이 책을 썼어요. 허무의 감각이 돋보이는데, 그건 나이가 든다고 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7. 좋은 글에는 여러 사람의 입장이 들어가 있어요.

8. 자신이 행복하면 타인을 향해 둔감해질 수 있죠.

9. 경험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한 것, 본 것, 들은 것을 쓰세요. 구체적인 상황이 주는 울림이 있어요.

10. 어떤 글감이 떠올랐어요? 내가 이 글을 왜 쓰는지 주제를 놓치지 말고 자신을 데려가세요. 쓰다 보면 길을 잃어요. 저 역시도.

11. 어떤 문장이 정확한 비유가 아니라면 차라리 빼는 게 나을 수 있어요.

12. 글의 마무리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한 행위를 기록하세요.

by 내가 기록한 은유의 이야기들(2018.7.3)

같이 읽어보면 좋은 작가


허수경 시인의 청년 편 같은

박준 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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