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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l 11. 2018

나는 가난에서 정말 예외인가?

퇴사하고 다시 글을 씁니다 - #6. 감응의 글쓰기 : 핸드 투 마우스

회사를 다닐 때, 나는 연차에 비해 낮은 연봉을 받는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같은 연차의 친구와 비교했을 때 기대에 못미치는 월급이었지만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버티었다. 올해 초 최저임금인상으로 회사에서는 엄청난 선심을 쓰듯이 월급을 올려줘서 200만원 넘는 돈을 그때 처음 받아봤다. 월급의 앞자리 수가 바뀌기까지 9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늘 회사는 열심히 하는데 돈이 없다고 했다. 몇 년 동안 동결이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리더의 자녀들은 대안학교를 다니고 유학을 갔으며 잘 사는 것처럼 보였다. 회사 리더들의 자부심은 10년 넘게 이끌어오면서 한번도 월급을 밀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50여 명의 직원들에게 매월 챙겨할 제각기 다른 월급을 꾸준히 지급한 건 인정한다. 


연차가 10년 넘는 사람들이 많은 회사였다. 선임들은 자녀들을 기독교대안학교를 보내고 특별한 교육법을 가르치는 학교를 보내는데 늘 돈이 없다고 했다. 그런 줄 알았지만 제 발로 나가지 않는 이상 평생직장이었기에 그 안에서 일하는 이들은 무언가를 위해 열정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열심 과잉인 내가 보기엔 그랬다. 하루 주어진 일을 하기에도 빠듯하고 늘 바쁘다고 했다.  


안정된 월급을 받을 때 나는 돈이 없다고 여겼지만 가난하거나 빈곤하다고 느끼진 못했다.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이 끊긴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과 가난은 쌍둥이처럼 따라다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퇴사하고 4개월 째 줄어드는 퇴직금이 전부인데,  어떻게든 출산하고 몸을 추슬러 인력시장에 나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 투 마우스>의 저자는 선진국인 미국에 사는 가난한 여성의 르포다. 다양한 주제로 자신이 왜 가난한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삶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낸다. 


근근이 입에 풀칠할 만큼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목을 조여 오는 일인지 모른다. 쌀국수집에서 2일 정도 아르바이트하는 학인 코알라가 주방에서 일하는 중국 이모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자가 만료되면 중국 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하루 온종일 좁은 주방이 전부인 세계를 산다고 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중국 이모에게 여유란 사치처럼 느껴진다는 말에 찔렸다. 


돈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글쓰기 수업도 듣고, 책 읽을 여유도 있고 외식도 가능하고...누리지 못하는 것들을 곱씹고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할 때 삶은 쉽게 부정의 소용돌이로 들어가는 듯하다. 나는 '빈곤하지 않을거야'라는 절대성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빈곤이란,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잠재성을 품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고립된다. 
우리의 몸은 일터에서는 온종일 꺼둬야 하는 뇌를 담고 있는 몸이다. 
흡연이 좋지 않다는 것쯤 나도 안다. 
나는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딱히 환경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 때문은 아니다. 게다가 그 쓰레기를 주워야 하는 건 어차피 가난한 얼간이들이다. 

밑줄 그은 문장 

1. 경제적인 어려움


2.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따로 있다. 왜 패스트푸드점에 와서 삭스5번가 같은 고급 백화점이나 자기 돈을 넣어둔 은행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그런 미소와 우아한 응대를 나에게 원하는가 말이다. 서비스의 노동자들이 좀더 미소를 짓고 상냥해야 한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뭔가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존중과 배려, 직장에서의 기본적 공정함 같은 것이 그들의 삶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내가 당신에게 빌어먹을 햄버거를 건네면서 가식 없는 명랑함으로 열렬하게 인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섭섭해하지 말아달라. 가짜 인사 정도로 참아야 할 것이다.


내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속이거나 남의 감정을 걱정할 시간도 기력도 없다. 아마도 감정이란 전문직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미소 지으라는 말을 여전히 듣는다. 그들은 성공적인 인생을 살지 못한다며 우리를 꾸짖고, 간신히 살아남을 기회에 감사하라는 말을 한다.


3. 우리의 일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만큼이나 감정적으로도 힘들다. 반면 정신적 기능은 우리의 일에는 결코 필요하지 않으며 그런 시도를 하는 것이 허용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좀비처럼 정신을 비우려고 한다. 

4. 우리는 기분이 어떻건 간에 일에 100퍼센트 전념하는 경우는 결코 없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적어도 다음 중 하나, 때떄로는 다음 상황 전부에 의해 점령되어 있기 떄문이다. 

1) 한 시간을 더 일하면 얼마나 더 벌 수 있을지 계싼 중

2) 손님이 별로 없어 집에 일찍 가란 소리를 들을까봐 걱정하며 

3) 제 시간에 퇴근을 허락받아 다른 일터에 가거나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을 가능성


그와 동시에 우리는 손님에게 조금 전 멍청이란 소리를 들은 후 무언가 후려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쓴다. 

5. 도대체 난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이 내놓는 액수의 임금으로는 직원들은 안달복달하며 살 수밖에 없다. 

6. 나는 일터에서는 때때로 앉아 있는 것을 허용했다. 그리 괜찮지 않은 곳에서는 여덟 시간에서 열 시간씩 서 있느라 발이 부어서 신발에 들어가지 않았다. 


책에 관한 짧은 총평 


나는 가난에서 예외라고 생각한다면, 읽어보세요. 가난에 관해 쉽게 비판하지 마세요.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책이 없을까요?라는 질문에 이런 답을 들었어요. 한국은 먹고 살기 위해 애쓰느라 글 쓸 시간이 없대요. 


1. 삶을 온 몸으로 살아낸 사람의 글이 가진 힘이 있어요. 디테일이 주는 힘 말이에요. 내 삶이 후련해지는 지점이 있어요. 

2.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성장하기 어려워요. 

3.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감각을 놓치지 마세요. 

by 내가 기록한 은유의 이야기들(2018.7.9)


감응의 글쓰기 12기에서 읽은 책 그리고 서평 리스트]

6. [핸드 투 마우스] 나는 정말 가난에서 예외인가? 

5. [혼자 가는 먼 집]시, 잘 살고 싶어서 꺼내 읽어요 

4. [차별감정의 철학] 나는 차별 앞에 가해자였다가 피해자였다 

3. [내 아픔이 길이 된다면] 내 몸이 지옥같을 때 

2. [나의 두 사람] 나에게 부모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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