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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먹는일기

다 지나가겠죠, 이 여름도, 마지막 달도

비빔막국수 먹고,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신청하기,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네

by 김애니

어제 요가를 했다. 목 안의 힘을 빼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임신해서 힘든 걸까. 성대 통증이 있다. 괜히 운동이 하기 싫다.


요 며칠 편의점 삼각김밥에 꽂혔다. 미원 맛이라고 몸에 좋지 않다는 말을 들으면서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7,500원짜리 덮밥을 오늘 또 먹을 순 없다. 그러려면 오전 11시쯤 도착해서 사케라또(에스프레소에 시럽 넣고 쉐이커로 쉐킷)와 삼각김밥 하나를 같이 먹으면 오후 2시까진 배가 고프지 않다. 아침을 차려 먹기엔 버겁고 한 줌의 과일로 허기를 달랜다. 물처럼 마시는 루이보스티 1잔 원샷.


루이스가 먼저 집을 나서고 나는 글쓰기 과제 보완하거나 다시 잠을 잔다. 퇴사하기 전에는 오전 6시 35분에 출근하면서 김밥 1줄을 사가는 게 일상이었다. 바뀐 삶을 시작한 지 4개월째, 가장 달라진 점이겠지.


출근하면서 사 먹었던 김밥집에선 더 김밥을 사 먹지 않는다. 가족의 장사를 도우면서 손님이랑 이런저런 대화하는 일이 부담스럽단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김밥집에 잘 안 간다.


집 근처에는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세븐일레븐과 가는 길목에 GS25편의점이 있다.


오전 10시 30분 정도 집을 나선다. GS25에는 삼각김밥 종류가 꽤 많다. 세븐일레븐에는 삼각김밥 종류가 GS에 비해 부족하고 가격이 200원 정도 더 비싸다. 오늘 페이스북에 편의점 관련 기사를 보고 장사하는 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다시 느꼈다.


커피가게만큼 많은 편의점, 살면서 일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일까.


일 자체에 선한 가치를 두는 임팩트스퀘어 같은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에서 일할 기회가 열리면 좋겠다.


지금은 출산이 임박하니 선택과 집중을 못하더라도 정신을 단단히 챙겨야 한다.


산후조리원을 취소하고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출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지원 제도)를 신청하러 굳이 보건소를 찾아갔다.


인터넷 신청도 몰랐던 사실은 아니다. 분명 내가 찾은 건 보건소인데 나는 정릉 어린이 보건지소를 가서 월곡동 보건소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복지로 사이트 가서 신청이 가능하니 집에 와서 뚱땅뚱땅거렸다. 루의 주민번호가 필요했는데 콩볶는 시간이라 다음 주중에 신청하기로 미뤘다.


이 서비스는 출산 예정일 40일 전부터 출산일로부터 30일까지(온라인 신청의 경우 출산일로부터 20일까지) 가능하다.


온라인 제출서류

- 출산 또는 출산예정일 증빙자료(의사진단서(소견서), 출생증명서 등)
- 산모 및 배우자 건강보험증 사본(맞벌이 부부일 경우 모두 첨부)
- 신청일 기준 최근 월분 건강보험료 산정금액 확인서
- 주민등록서류
※ 제출방법 : 이미지 업로드


제출할 서류도 있다. 이번 주에 할 수 있지 않다.


날씨가 무더워서 냉면, 막국수, 메밀소바 이런 류만 당긴다. 대학로 포보에서 5천 원이면 먹을 수 있는 메밀소바가 당겼지만 중간에 내렸다가 보건소까지 갈 에너지가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돕다 보니 화장실이 불편한 것도 있어서 자주 생리현상을 참는다.


마지막 달이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니 배뭉침이 심하다. 임신을 경험한 여성이라면 다 겪고 지나가는 일인 듯하다.


분만 전 검사하는 후기도 찾아보고 출산용품 리스트 후기도 검색한다. 새로운 가족을 맞는다는 건 여러 감정의 복잡다단함을 거친다.


마음은 복잡해도 오후 3시, 보건소 가기 전에 배가 고파서 정릉2동 주민센터 근처 막국수집을 갔다. 가정집을 개조한 공간으로 널찍한 주차장을 보니 맛집처럼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아님에도 사람이 많았다. 장사가 잘되는 집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비빔막국수를 주문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다른 테이블에서 비빔막국수 2개의 주문이 추가됐다. 뒤이어 손님 3명이 와서 동치미 막국수, 비빔막국수 2개가 추가됐다.


내 메뉴가 제일 먼저 나왔다. 정갈했다.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는 가격이 똑같았다. 가격이야 주인 마음이니까. 둘 다 손이 가는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비빔막국수와 같이 나온 국물은 조미료 맛이 많이 났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나는 조미료가 감미된 국물류를 사랑한다. 싹싹 긁어먹었다. 쓰아쓰아 매콤해서 혼이 났다. 태동도 느껴졌다. 매운맛이 느껴지니?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늦게 먹어서 저녁도 나지막이 먹었다. 대충 차렸다. 둥근 볼에 어제 미리 삶아둔 아삭한 콩나물 한 줌을 잘게 자르고 달걀프라이와 오리고기를 함께 넣었다. 오리고기 콩나물 양념간장밥! 간장 1큰술 반 그리고 고춧가루 1큰술, 참기름 1큰술을 양념간장으로 삼아 슥슥 비벼 먹었다. 후루룩 호로록 사각사각


뒤늦게 온 루이스를 위해 베이컨과 삶은 감자, 양배추 감자 샐러드를 추가로 내었다. 내가 먹은 것보다 더 보완했다. 부러웠다.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카페 하나 둘, 둘셋에 갔다. 오후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사람이 만석이었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이 1명뿐이었다.


우리가 머무는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생은 10잔 넘는 메뉴를 만들었다. 쉬지 못했다. 자두 주스를 먹고 싶었다. 재료가 떨어져서 자몽에이드로 바꿨다. 코스트코 자몽주스에 반 개 정도 짠 자몽이 들어있었다. 맛있게 먹었다.


코스트코 자몽주스는 가성비가 좋다. 그리고 블루베리 티라미수까지 맛있게 먹었다. 아메리카노 맛이 궁금해서 테이크 아웃해서 진한 맛을 주문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가 주 베이스였던 것 같다.


사 먹는 커피는 다 맛있다(웬만하면). 내일은 산부인과 정기검사 날이다. 몸무게가 또 늘진 않았을까, 태아가 문제가 있진 않을까 별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의사의 말은 권위가 있어서 괜히 조마조마하다.


나온 배를 보며 태어날 날을 머릿속으로 자주 그려보게 된다. 올 가을에는 너, 나, 루이스, 첫째 딸 마르냥까지 네 식구다. 잘 지내보자.


내일은 무엇을 먹을까. 토다이, 아웃백이 가고 싶다. 몸이 힘들어서 멀리 여행 가는 건 접었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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