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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l 21. 2018

퇴사하고 전 직장동료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모습을 가진 30대를 지나고 있어요

퇴사하고 전 직장동료를 만나면 어떤 할 말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우린 이제 서로 걸어가는 길이 달라져 버린 것만 같았거든요. 한 명은 전 직장에서 맡은 바 열심히 하고, 한 명은 이직했고, 저는 출산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저만 일하지 않아서 밥이랑 커피를 얻어먹었습니다(다시 일하면 갚아야죠:)


무거워진 제 몸 때문에 (부득이) 우리는 광화문에서 만났습니다. 모두들 일 끝나고 피곤할 텐데 그렇게 마주했어요. 집에서 청소하다가 더위에 지쳐 나왔습니다. 버스로 한 번에 가는 코스라 다행이었죠.


메뉴는 막내 예디가 덥다고 해서 광화문 미진에 갔습니다. 점심때 비빔막국수를 먹어서 쌈밥정식을 시켰습니다. 저녁만 되면 요즘 속이 더부룩해서 고기랑 쌈채소를 맛있게 먹었어요. 예디가 메밀만두 시켜서 그것도 한 개 먹었습니다.


8시 넘어서까지 미진은 사람이 많더군요. 전에는 봄에 갔는데 여름이 되니 이곳 인기가 실감이 났습니다. 여기 냉메밀은 2판이나 주고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인데 가성비가 괜찮아요. 가쓰오부시 국물이 사람 입맛에 따라 달다고 싫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수커피로 자리를 옮겨 마감 시간까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퇴사하고 3주 만에 자리를 옮긴 막내 예디는 회사에 정신이 아픈 동료 이야기를 했고요. 맏언니 영은언니는 블랙리스트 고객 때문에 속상한 이야기, 한 목회자의 설교가 좋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전 직장 이야기로 대동 단결했습니다. 한쪽 팀은 OO들이 그만둬야 하고, 저쪽 팀은 PP들이 다 나가야 한다고요.


또 놀랄만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세상에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일은 없어요. 다이다이를 뜨든 그래야 해소된다고 봅니다. 왜 신은 인간의 치부를 까발리는 선택을 하는 걸까요? 신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때가 되니 들춰지는 걸까요.


종교 관련 회사를 떠나니 출석하는 곳 빼곤 달리 관심이 생기지 않습니다. 종교는 싫다는 막내 예디. 저 역시 신은 좋지만 종교는 정말 싫습니다.


있는 척하지 않기



돌아가는 길, 맏언니 영은에게 다시 일하게 될까 불안감을 살짝 비추었습니다. 막내와 맏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그날이 올까요.


비교하면 인간은 불행해진다는 은유 말을 곱씹으며, 오늘은 비교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관계에도 계절이 있다죠. 억지로 봄을 만들기 위해 붙잡지 않으려고요. 이젠 각자 인생이 있을 뿐이겠죠.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서로 근황을 나누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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