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애니 Jul 17. 2018

엄마는 딸에게 늘 좋은 사람이고 싶다

퇴사하고 다시 글을 씁니다 - #7. 감응의 글쓰기 : 딸에 대하여

'엄마'라는 단어는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부르기만 해도 약간 울컥하거나 눈물 흘리기 좋은 소재다. 친구 같은 딸과 엄마를 꿈꾸지만 현실은 꼭 그렇진 않다.


엄마들의 레퍼토리는 어디에서나 비슷하다. "너 같은 딸 낳아서 고생 한번 즉살나게 해봐라"는 이야긴 나 말고도 듣는 딸들이 많다.


나는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를 주인공인 엄마가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을 받아들이기까지 과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읽었다.


요양보호사인 엄마는 남편의 죽음, 환자 젠의 죽음을 겪으며 변화한다. 레즈비언인 딸애도, 딸애의 애인인 그린의 관계를 수용하기까지 살면서 2번의 죽음을 경험하며 겨우 달라지려 한다.


주인공 엄마의 삶은 받아들이기 힘든 여러 일들로 얽힌 일상이 지옥처럼 다가온다. 엄마가 살 이유가 이 땅에는 없어 보인다.


나는 지리멸렬한 일상을 사는 주인공 엄마의 모습에서 내가 겪는 현실적인 어려운 일들을 단시간에 빨리 해주고 싶어 하는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돌아봤다.


주인공 엄마도 타인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겨우 받아들였는데, 나에게도 일어나는 일들 역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 졌다.


소설은 엄마와 딸이 밥 먹는 장면으로 시작해 장례식장에서 엄마가 잠을 청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살아있기 때문에 먹는 욕구와 살고 있는 이들의 거부하기 어려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왜 하필 주인공 엄마의 일은 요양보호사였을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배제된 아픈 사람이 모여 인권 이하의 취급을 받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요양보호사인 엄마가 겪는 일은 마치 치매 환자를 둔 가정이 겪을 법한 여러 일들이 점철되어 있다.


레즈비언인 딸애와 그린의 이야기는 주인공 엄마 캐릭터에 비해 약한 편이다. 딸애가 왜 그린을 만나는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단지 그린이라는 캐릭터가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엄마에게 의사 표시를 명확히 하고 살뜰히 챙기는 모습은 딸애보다 더 나아보이기까지 한다.  


'엄마'하면 떠오르는 신파적인 뉘앙스가 김혜진 작가의 소설에는 없어서 좋았다. 늘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는 엄마의 모습이 안타깝고 허무주의에 가까운 캐릭터처럼 다가왔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막막함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소설 속 엄마는 딸애가 다른 평범한 이들처럼 살길 바란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엄마가 딸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감정 이입해 볼 기회가 있어서 유익했다.


1. 퇴고할 때 경제적으로 글자를 줄이세요.예) 나눌 수 있다 > 나눈다 / TV를 보기 시작했다 > TV를 봤다.

2. 문장을 간략하게 쓰면 사유의 빈약함이 보일 거예요.

3. 어설픈 비유를 많이 쓰기도 해요. 비유가 없어도 좋은 글은 나와요. 정확한 비유는 삶에서 나와요. 글은 진실하면 좋아요.

4. 단락구분하고 소제목을 연결해서 읽어보면서 말이 되는지 살펴봐요.

5. 토나올 때까지 자기 글을 읽어보세요. 읽고 또 읽는 노가다, 계속 읽으면서 이 정보를 독자가 알아야 할까 전략적인 배치를 해요.

6. 글쓰는 사람은 관찰력이 중요해요.

7. 나이가 들면 낯선 환경에 가는 게 두려워요. 경험만이 삶의 바운더리를 깨도록 도와주죠.

8. 인간은 비교할 때 불행해져요.

by 내가 기록한 은유의 이야기들(2018.7.17)

오늘은 은유와 함께 하는 감응의 글쓰기 12기 수업이 있는 날이다. 글쓰기 과제하느라 새벽녘 늦게 잤더니 컨디션이 좋지 않다.


글쓰기 수업을 가면서 책 합평회만 있다가 나올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피곤했다. 앉아서 간식으로 준비된 초콜릿으로 피곤함을 날렸다. 있을만했다.


러닝타임이 2시간인 연극 한 편을 보고 나오는 기분이다. 나는 연극 관람하는 관객처럼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읽는다.


타인의 글에 대해 말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 굳이 또 말하지 않아도 되니 조용히 자리를 지키다 왔다.


무사히 글쓰기를 마치길. 마칠 때쯤 출산임박


밑줄 그은 문장


1. 딸에는 숨기거나 감추는 법이 없다. 이것 아니면 저것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은 가진 적도 가지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건 딸애가 아직 젊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젋다는 건 어리석다는 것이니까. 153쪽


2. 누군가를 보살피는 것의 수고로움, 내가 아닌 누군가를 돌보는 것의 지난함. 실은 나는 아름답고 고결해 보이는 이런 일의 끔찍함과 가혹함을 딸애와 그 애에게 알려 주고 싶은지도 모른다. 183-184쪽


3. 끝이 없는 노동, 아무도 날 이런 고된 노동에서 구해 줄 수 없구나 하는 깨달음.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는 동안엔 끝나지 않는 이런 막막함을 견뎌 내야 한다.  


68-69쪽

책에 관한 짧은 총평


레즈비언, 죽음, 엄마, 딸, 삶,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소설 속 캐릭터의 입장에 들어가 생각할 기회와 여지를 준다. 괜히 엄마한테 선물하고 싶은 책.


[ 감응의 글쓰기 12기에서 읽은 책 그리고 서평 리스트]

9.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8. [남자에 대하여]

7. [딸에 대하여]엄마는 딸에게 늘 좋은 사람이고 싶다

6. [핸드 투 마우스] 나는 정말 가난에서 예외인가?

5. [혼자 가는 먼 집]시, 잘 살고 싶어서 꺼내 읽어요

4. [차별감정의 철학] 나는 차별 앞에 가해자였다가 피해자였다

3. [내 아픔이 길이 된다면] 내 몸이 지옥같을 때

2. [나의 두 사람] 나에게 부모님은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후 가장 잘한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