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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Aug 08. 2018

타인을 감응하며 이해하는 시간

퇴사하고 다시 글을 씁니다 - 10. 감응의 글쓰기 12기 끝  

은유의 감응의 글쓰기 수업이 어제로 끝이 났다. 출산 전에 듣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어떤 위기감에 신청해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글쓰기를 태교로 했다.


매주 화요일 3시간씩 10주 동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부랴부랴 합정역을 가서 밥먹듯이 지각했다. 회사 일할 때는 지각하면 큰일이 났는데, 임신도 해서 그러려니 이해받았던 것 같다.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만큼 정해진 책을 읽고 어떤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가는 일이 쉽진 않았다.


함께 글쓰는 이들이 있어 행복했다. 회사에서는 혼자 글쓰느라 지쳤는데 말이다. 양 작가는 글이 좋아졌다며 칭찬까지 해줬다. 응어리진 감정 폭발 해소글만 쓰다가 내가 감동받은 구절에 관한 셀프 이야기를 쓰니까 글의 '공감지수'가 높아졌다.


일할 때 입었던 거추장스러웠던 역할의 옷을 벗고, 홀딱 벗은 맨몸으로 내 이야기를 파는 느낌도 들고 아무것도 아닌 삶을 기록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망설여졌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내 인생의 일부를 기록해두면 언젠가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다. 쓸모가 없어도 괜찮다.


유명해지고 싶다

잘하고 싶다

최고가 되고 싶다


위와 같은  개살구처럼 느껴지는 정해진 기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마음만 먹지 않고, 오늘을 기록함에 감사하면서 잘 못써도 글쓰는 삶은 놓치고 싶지 않다.


인터뷰에는 정답이 없어요


10주 대망의 과제는 인터뷰였다. 남 이야기 듣고 정리할 만큼 멘탈이 강하지 않은 상태다. 어떤 코멘트라도 들으려면 어떻게든 했다. 녹취만 풀었다. 인터뷰로 완성하기엔 부족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하고 싶지 않았다. 인터뷰의 '인'만 들어도 아직 진저리가 난다. 과제를 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았다.


다른 이들이 써온 인터뷰를 읽으면서 에너지를 얻었다. 직업에 관한 정보만 가득한 것보단 캐릭터가 밝히 보이는 인터뷰가 재밌었다. 정답 없는 인터뷰 글쓰기가 모범 답안이 있는 줄 알고 쫄보처럼 살았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은유의 이야기들이 가슴에 깊이 박혔다. 내가 어떤 인터뷰를 좋아하는지 취향을 발견하고 돌아보았다.


앞으로 인터뷰 글쓰기를 할 기회가 온다면 힘빼고 잘 해낼 듯싶다.


퇴사하고 일로 만난 사람들은 손가락에 꼽는다. 결국 그런 것인가 허무하다. 관계를 맺을 때마다 찾아오는 허무주의와 염세주의가 지긋지긋하다. 퇴사하고 자신이 그리는 용기 있는 이들을 만나고 싶었다. 은유의 감응의 글쓰기에서 만났다고 생각한다.


스무 명이 넘어서 관계를 다 맺진 못했지만 그들이 쓰는 글을 읽으며 행복했고 풍성했다. 회사 다닐 땐 뒤풀이가 먹는 건가 싶을 정도로 경험치가 없었는데, 글쓰기 수업에선 새 경험도 추가했다.


다음 주 화요일 오후 2시가 되면 실감이 날 듯 싶다. 어쩌면 끝은 홀로 서야 하는 새 시작이니 힘차게 출발! 은유의 수업은 가을에 열릴 테니 애 낳고 만나요, 쌤:)


# 인터뷰에 관한

1. 인터뷰는 앞에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잡아줘야 해요.

2. 인터뷰할 때 객관적인 건 없어요.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합작품이다.

3. 인터뷰엔 정답이 없어요. 중간에 필자가 쓴 문장이 들어가도 읽는데 걸리적거리지 않으면 괜찮아요.

4. 글쓰기로 다 말하고 싶을 때 참는 게 나아요.

5. 글의 쟁점이 많으면 정신이 없어요.

6. 글은 주제 장악력이 중요해요. 모르는 주제를 하면 자료조사 많이 해요. 많이 아는 만큼 상상력도 나오고요.

7. 끝날 때 새로운 쟁점이 나오면 빼야 해요.

8. 누군가 이야기를 듣는 건 어렵지만 가치가 있어요.

9. 인터뷰를 산문으로 쓰다가 인터뷰이의 문구를 직접 인용하는 경우는 글의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넣으면 돼요.

10. 인터뷰 질문은 아이처럼 짧게 해요.

11. 추상적, 모호한 내용을 작게 구체화시키는 게 글쓰기 작업이에요.

by 내가 기록한 은유의 이야기들(20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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