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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Sep 05. 2018

다시 사회로 돌아가도 될까?

퇴사하고 이직을 준비합니다 -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이곳에 기록하진 않았지만 출산 전에 꼭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있어서 지원서를 냈다. 결과는 1차 전형에서 탈락이었다. 


1차 전형에 탈락하면 이유를 모른 채 결과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유라도 알면 수정해서 반복하는 실수를 하지 않을 텐데 떨어진 자는 이유를 모른다. 계속 자기검열에 시달린다. 


자기소개서는 지원하는 동기와 왜 그 직무를 하고 싶은지 2가지를 중점적으로 보는 듯하다. 그것만 잘 써도 1차 전형 통과는 식은 죽 먹기인가. 내가 쓴 자기소개서를 곱씹어보면 지원동기나 직무를 지원한 이유가 아직까진 1차원적이다. 


퇴사하고 점점 줄어드는 잔고 때문에 나는 (절실히) 돈이 필요하고, 육아라는 현실의 짐이 더해지면서 맞벌이를 해야만 먹고살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 주로 종교 콘텐츠를 편집하고 제작하는 일을 해왔는데, 마케팅이든 뭐든 자리만 주어지면 다 가능하다는 생각이 계속 탈락의 요인이 아닐까 싶다. 다른 이들의 절박함과 비교해 내겐 절실하지 않을걸까? 


보이지 않는 절박함 조차도 평가받아야 하는 현실 앞에 취준생으로서 무기력함을 느낀다. 


고배를 마시고 출산의 고통을 지난 후, 육아가 시작되면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다시 사회로 돌아가도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뽑는 곳은 많은데 나를 뽑아주는 곳 혹은 뽑는 곳을 아직 찾거나 만나지 못했다.


얼마 전에 3월에 고배를 마셨던 경력보유여성에 관한 임팩트커리어 2기 지원자 공고가 뜨고, 같은 조건에 놓은 이들과 (또) 경쟁해야 된다는 생각에 (그래도)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고민이 된다는 건 이렇게까지 또 일해야 하나 싶은 생각의 반문이기도 하다. 


임팩트커리어 1기 지원자로 뽑힌 이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경력보유여성이든 경력단절여성이든 이젠 타켓을 정해놓고 경쟁을 부추기는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마냥 좋아 보였는데 장점만 있진 않다고 생각했다. 


경단녀가 얼마나 많은데 지원자가 몰려서 뽑힌 몇 명만이 달콤한 기쁨을 맛보는 게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좋은 일자리를 주선하는 곳은 사람들이 몰리고 입소문이 나야 하지 않겠는가. 주최측의 입장도 이해한다. 내가 지원하려는 곳만 그런 게 아니다. 


경쟁에서 내가 되면 다행이고, 아니면 어디에서 이유와 원인을 찾아야 할까. 탈락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루이스의 말대로 내가 지금 움직이는 동기가 두려움과 책임감 때문인 걸까. 희생하면서까지 섬길 대상이 있는 것일까. 그의 여러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몸조리를 하면서 신생아와 24시간을 붙어지내면서 좁아진 내 세계는 혼란과 부담 등이 가중된 상태다. 이전에 좋아했던 취향이 시시하게 느껴지고,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걸 지속해도 괜찮은지 혼란스럽다. 


지원할 자리는 2군데 정도 보고 이번 주 안에 시달리지 말고 끝을 내야겠다. 밤낮없이 육아를 하느라 책을 빌릴 엄두도, 읽을 시도도 하지 못했다. 잘 살고 싶으니 다시 느슨하게 풀었던 삶의 끈을 조여야겠다. 잠이 부족하니 시간만 나면 잠을 자고 싶다. 피곤함이 싹 사라지면 좋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럴 바엔 일상의 패턴을 바꿔서 오늘부터라도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읽고 기록을 남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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