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delivery 기록기 2 - 아기가 산도로 내려오기까지
마이 delivery 기록기 1 - 자궁문 10센티미터가 열리기까지(이어서)
진짜 고통은 아기가 점점 내려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자궁문이 열리는 것보다 몇 배 아니 체감은 몇 만 배 더 고통스러웠다(오버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이건 또 겪기엔...).
자연스럽게 자궁수축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엄마, 아빠, 아버지, 여러 신”을 불러댔다. “못하겠어요”라는 말도 여러 번이나 외쳤다.
진통을 지나가면서 조산원에서 수술이 가능했다면 제왕절개를 제발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왜 제왕절개를 하는지도 어렴풋이 알 듯싶었다. 그리고 무통주사를 맞으라는 경험자들이 던졌던 조언들이 괜히 생각났다.
조산사와 둘라는 엄마가 될 나에게 스스로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어떤 출산을 원하는지 어떤 의무감을 느끼는 단어를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까먹었다). 나는 출산조차도 아기와 함께 열심히 해야 낳을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에 압박감을 느꼈다. 출산은 산모인 내가 해내야 하는 몫이지만 (진통이 고통스러워서)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통증이 얼마나 세고 강렬한지 뜻대로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엉덩이로 힘을 줘야 하는데 나는 온몸에 자연스럽게, 상체로 힘이 들어가 있어서 아기가 내려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는 엉덩이에 힘을 줬는데, 둘라와 조산사는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좌절스러웠다. 바디맵으로 호흡을 통한 이완과 수축에는 자신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내쉬는 호흡을 해도 내가 생각했던 몸의 이완은 고통을 동반한 채 찾아왔다.
나는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아기가 산도를 지나 내려오길 고대했다. 정신이 없어서 물 마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아기가 늦게 내려오자 둘라가 책상 자세를 제안했다. 다행히 그 자세로 아기는 전보다 쉽게 내려오는 듯했다. 여전히 나는 상체로 힘이 들어가고 엉덩이뼈로 힘을 주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허리가 끊어지는 통증은 수시로 진통하는 나를 괴롭혔다.
둘라가 허리와 튀어나와버린 치핵에 따뜻한 물수건으로 데어줄 땐 그나마 고통이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따스함 만으로도 진통은 점점 사그라드는 듯싶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둘라는 "끝이 있어요. 출산하면 싹 사라질 거예요"라는 말을 되풀이해서 해줬다.
마이 delivery 기록기 3 - 아기 머리가 보이고 진통이 끝나기까지(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