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글을 씁니다 - 오늘의 메타포라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나는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 <글쓰기의 최전선>을 쓴 은유가 이끄는 메타포라 강의다. 한 주는 1권의 책을 읽고 어떤 문장이 자신에게 말을 걸었는지 그 이유까지 생각해 토론한다. 다음 한 주는 질문을 바탕으로 한글문서 한 페이지 반에 해당하는 글을 작성한다.
요즘 타인이 쓴 글을 읽으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글쓴이의 성격이 보인다.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학인은 글을 수채화처럼 예쁘게 써냈다. 막내딸인 학인은 성격부터 호탕하더니 글에서 유쾌함이 넘쳐흘렀다. 글은 쓰는 이를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내 글은 꼼꼼하다. 다른 사람은 지나칠 일도 마냥 넘기지 못하는 탓에 글도 오밀조밀하다.
남의 글을 읽으면서 내 글을 보는 눈도 1mm씩 자라고 있다. 5번의 수업을 하고 타인의 글을 읽고 내가 참고할 쓰기의 팁을 정리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가장 잘 되지 않는 팁이다.
글쓴이만 모르는 신기한 일이 글을 쓰면 일어난다. 맨 첫 번째 문장에 "우리 엄마는 복지회관에서 일한다"라고 썼던 학인의 글에서 몇 줄도 못 가서 동일한 문장을 발견했다. 그의 무의식에는 엄마가 복지회관에서 일한다는 문장이 무척 중요하게 여겼을 터. 하지만 처음 읽는 독자는 엄마가 복지회관에서 일한다는 정보는 한 번이면 족하다. 꺼진 불도 다시 본다는 말처럼 문장, 단어 반복은 다시 보면 글을 경제적으로 작성하지 싶다.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경우에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한다. 글도 그중 하나의 수단이다. 글쓰기 과제를 하면서 첫 문장을 시작하는 일에서 망설임과 결론을 맺는 어려움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 첫 문장이 잘 써지면 마지막 결론을 지을 때 터무니없이 김 빠지는 문장을 작성해 버린다.
예를 들면 '기대한다', '무엇을 하겠다'와 같은 상투적인 마무리 말이다. 돌이켜보면 회사 다닐 때 글을 쓸 때 무뎌진 습관이 있었다. 마지막 문장은 언제나 '기대한다', '응원한다' 뭐 이런 류의 바람으로 마무리했다. 그랬더니 과제할 때마다 못된 습관이 괴롭힌다.
유독 내가 쓴 글에만 보이는 일도 아니다. 다른 학인의 글에서도 교훈 혹은 착한 마무리를 자주 만난다. 그러면 생생하게 써진 내용이 갑자기 맥을 못추리면서 글 전체를 끌고 갈 힘을 잃어버린다.
뻔한 결론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려면 쓰는 이가 마지막까지 글의 긴장을 늦춰선 안 되겠다. 요즘은 다른 작가가 쓴 책의 끝을 집중해 읽으면서 도움을 받는다.
글쓰기 하면 내가 제일 잘 나가! 하면서 쓸데없는 자의식 과잉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을 깨는 일은 타인의 수려한 문장과 화려한 논리성, 각을 맞춘 것처럼 딱 떨어지는 깔끔한 글을 읽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어떤 글은 읽으면서 '이 말이 하고 싶은가'라고 생각하다가 문장이 아름답기만 해서 말하려는 바가 오히려 방해받는 글을 읽었다. 모든 일에만 균형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글도 적당한 균형감은 중요하다.
나도 모르게 쓰다 보면 멋진 문장으로 딱 정리해버리는 말이 있다. 멋있음에 취해서 정작 그 문장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때가 찾아온다. 내 글을 읽은 사람이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을 하기 전까지 죽어도 모른다.
애매한 표현은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쓰라는 말은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추상적인, 구름 잡는 문장을 현실성 있게 쓰라는 말로 이해했다.
예)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배리나 작가 ->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의 중신에 선 인물인 유튜버 배리나 작가. 화장법 등 미용 콘텐츠를 올리던 뷰티 유튜버가 화장을 지우면서 탈코르셋을 선언하는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라는 영상을 올려 5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q51xKG-hyU
은유는 타인이 쓴 글을 볼 때 두 가지 기준이 있었다.
- 글을 쓴 사람이 보이는가
- 좋은 질문을 하는가, 던지는가
글쓰기는 은유에겐 자기 객관화의 과정이다. 나에겐 글쓰기가 말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좋은 도구다. 그래서 되도록 작은 주제를 잡아 한 가지 이야기로만 써 내려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잘 안된다. 생각했던 주제로 쓰다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면 그 주제에 맞춰 방향을 수정한다. 글을 잘 쓰려면 명확한 주제를 뾰족하게 담아낸 편집 가능한 감각이 날카로워져야겠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