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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Oct 17. 2018

바지런히 일상기록생활을 하는 이유

퇴사하고 읽는 책 - 문장수집생활

요즘 나에게 글쓰기가 무엇인지, 왜 쓰고 싶은지 이유를 묻고 찾아가는 중이다. 


잠정적인 백수가 되고 생각했던 만큼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고, 육아가 시작됨과 동시에 사회와 멀어지는 느낌에 머무르고 싶지 않아, 살기 위해 기록한다. 육아로 촘촘한 일상을 잊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시도때도없이 울고 보채는 아기를 달래는 시간의 틈 사이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책을 넘기고, 감응한 문장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틈이 생기면 찍은 사진을 다시 필사한다.


아무 것도 붙잡을 게 없어도

그래도 ‘글’’쓰기’만큼은 내려놓지 못하는

자의 마지막 실오라기 같은 기록  


도서관에 갔다가 평소에 눈여겨봤던 29센티미터 헤드카피라이터 이유미 작가의 책을 계획없이 빌렸다. 다행스럽게도 아기에게 젖병과 모유를 물리는 20분의 짬이 생길 때마다 양손신공을 쓰면서 완독했다.


왜 이렇게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많은 걸까.


읽고 남는 독서가 좋았던 때가 있었다면

요즘은 마음을 후벼파고 충분히 감응하는 시간을 보낸다.


내가 밑줄 긋고 왜 좋았을지 생각하면서,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나는 독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글을 쓰고 싶고, 서른 다섯, 육아를 하거나 일상을 소재로 나만의 이야기를 쓸 거야”라는 이야기로 정리했다.


아직까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몰랐다고만 생각했는데, 타인의 문장을 읽고 공감하니, 내 안의 욕구가 또렷하게 반짝거린다.


그걸로 충분하다. 이유미 작가처럼 열심히 글과 기록하는 일을 스스로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꽂히는 문장이 있다면, 온전하게 집중해서 응시하며 나만의 말과 글을 기록해보고 싶어졌다.


덧) 몰랐던 재미난 소설책을 알게 됐고, 듣도보도못한 작가진을 새롭게 만나게 됐다.


한수희 작가님 에세이랑 소설 <아몬드>, 소설 <밤의 팽창>은 찾아 읽어야지


밑줄 그은 문장 / 왜 그었을까

카피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대부분의 소비는 필요보다 욕망에 의한 것이기에 카피라이터는 구매 동기를 불러 일으키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도 몰랐던 마음을 건드려주는 게 바로 카피다. 두 줄짜리 카피가 할 수 있는 위로다.

- 내가 하는 소비도 자세히 돌아보면 필요보다 욕망이 컸다. 요즘 글을 잘쓰는 작가를 살펴보고, 내가 좋아하고 눈여겨보는 이들은 욕망을 잘 읽고 누구보다 잘 표현해낸다. 집에서 베트남믹스커피를 먹다가 이디야 콜드브루 화이트 비엔나를 사먹는 나를 응시하게 된다. 이 정돈 사먹을 수 있어, 아직까진.


사람들이 카피를 읽는 순간 ‘아, 나도 이럴 때 있는데’라는 생각이 번뜩 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늘 사람들의 경험에 주목하고, 그 안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디테일한 상황 묘사는 소설가나 시인들에게 특화된 능력이기 때문에 작품에서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 은유의 수업을 듣고 ‘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려졌다. 시만 그런 게 아니라 소설가 역시 디테일한 상황묘사가 관건이구나. 나도 어지간히 글을 잘 쓰고 싶나보다. 꽤 잘 쓰고 싶다.

모든 경우가 그렇듯 물건을 내세우기보다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 즉 사물보다 사람이다. 사람을 잘 관찰해야 물건이 보인다. 관찰이 마케팅의 트렌드인 시대다. 물건에 대한 이야기보다 누군가의 행동을 봐야 하고, 그 행동 이전에 행동을 하게 만든 생각을 읽어야 한다.

- 그녀의 카피가 다른 이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행동 너머에 생각을 읽는 연습. 통찰력이 좋은 사람이구나. 대놓고 말하면 촌스러운 시대다. 이런 문구를 읽을 때면 장사하는 남편 가게를 어떻게 잘 홍보할까 싶은 인사이트를 얻는다. 작은 가게가 잘 운영되려면 각자 잘하는 분야에 적절한 인재가 필요하다. 혼자선 못한다. 함께 뜻이 맞는 몇 명만 있어도 잘 된다. 뭐든지. 요즘 드는 생각.



가장 매력적인 글은 솔직한 글이다. 글을 쓸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은 실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보이기 위해 ‘포장’하는 것이다. 나를 내려놓을수록, 부족한 나를 드러낼수록 훨씬 더 매력적인 글이 된다는 걸 꼭 강조하고 싶다.

- 솔직과 진실은 한끗차이지만 다르다고 들었다. 나 역시 성격이 솔직한 것같지만 냉정하게 나 자신에게 물어봤을 땐 그렇지도 않다. 쿨해보이는 성격은 대충 넘어가고 싶고 괜찮은 척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전에 감응의 글쓰기를 들었던 바다가 내가 썼던 출산기에 대해 솔직한 글이라고 해줘서 좋았다. 다신 출산하고 싶지 않아서, 그날의 감각을 잊지 싫어서 썼던 글에 대한 한마디평이 고마웠다. 왜 임신은 늘 좋은소식인 사람들의 이야기만 더 많을까. 아니면 안되나. 난임부부를 향한 어려운 마음 역시 임신은 좋은소식이라는 바뀌지 않는 공식처럼 대입해서 어려운 건 아닐까.

글을 쓸 때 ‘사적인 시점’을 가져보는 게 중요하다. 내가 겪은 일일수록, 가져봤던 감정일수록 상대도 느꼈을 확률이 놓다.

매일 접하는 물건일수록 공감되는 카피를 쓰기 좋다. 똑같은 제품도 얼마든지 다르게 될 수 있다.

- 똑같은 소재도 얼마든지 다르게 쓸 수 있다. 전문적인 영역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 현실은 평범하다고 여겨지는 육아하는 일상 뿐이다. 일상이 얼마나 특별한 소재인지 가슴으로는 알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된다. 똑같은 일상이라도 다르게 쓰는 훈련이 되면 좋겠다.

 

뻔하지 않으려면 다르게 써야 한다. 그것도 과감히 그런 과감함이 숨어 있는 공감 포인트를 찔러줄 수 있다. 뭔가 다르게 쓰고 싶다면 먼저 다르게 바라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똑같은 걸 보면서도 다르게 생각하는 연습,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 연습과 훈련, 무언가 배우는 공간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 일하는 여자보다 아기를 낳고 주부의 삶을 사는 이들을 만난다. 주부의 삶은 복사하고 붙여넣기 하듯 비슷한 시간대를 산다. 그래서 소재로 삼기도 애매하단 여겼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겠다.

단어를 있는 그대로 쓰기보다 풀어서 써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 자전거를 탄다 > 페달을 힘껏 돌려 앞으로 나간다

풀어쓰기, 내가 쓰면서 잘 안되는 영역 중 하나다.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는 카피는 ‘-하세요’라는 식이 대부분이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거다.

- 요즘 글을 잘쓰는 이들의 공통점은 독자의 입장에서 쓰는 솔직한 글들이다. 헷깔리는 지점은 어떤 책은 독자, 어떤 책은 저자 입장을 강조한다. 선택의 영역인 걸까.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질문한 것에 대한 답 = 글은 구체성과 일상성을 확보해야 한다. 내 삶을 통과한 언어를 쓴다. 내가 이해하고 경험한 것을 표현하는 언어야말로 사람들을 집중시킬 수 있다.

- 정답은 아니지만 좋은 의미. 내가 이해하고 경험한 것을 표현하는 언어는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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