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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an 13. 2019

예쁜 쓰레기

필요한 가구만 놓고 빈 공간으로 살고

집 정리 중이다. 전에 살던 집에서 각자 가져온 잡다한 짐을 버렸더니 거실에 발 디딜 틈이 없다. 

결혼하면서 물건을 구매하는 건 낭비라 생각했다. 혼수용품은 큰 가전 위주로만 하고 각자 가져온 짐, 누가 준 짐으로 꾸렸다. 물건들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걸 증명하듯 집에 왔던 지인이 말했다. “우리 엄마 집 같다”

우리집이 엄마집 포스를 풍기는 건 출처가 제각각인 짐탓으로 돌리자. 그러려니 살다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출이 그리웠다. 

외출해서 가는 공간들은 하나 같이 깔끔하다. 우리집은 그렇지 못하니 대리만족을 무의식 중에 느꼈던 것 같다. 

큰 맘먹고 이사 갈 듯한 기세로 각자 짐을 버렸다. 우리는 집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두고 볼 수 없어 빨리 처분하려고 돈을 내고 버렸다. 

이 집에 산 지 1년 7개월 만에 고양이방과 창고 겸용으로 쓰던 방부터 시작했다. 차례로 침실, 거실, 화장실, 부엌, 냉장고를 뒤졌다. 

물건을 버리는 일은 시간대비 비효율적이다. 살 때는 몰랐는데 버리려니 어떻게 처분해야 하는지 몰라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누군가에게 받은 물건은 버리기도 난감하다. 안 쓰면 쓰레기인데 선물로 가치를 부여하곤 한자리를 차지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1년 동안 거들떠보지 않는 옷, 그릇, 비누 등 끄집어내서 버렸다. 

물건은 버리니 공간이 넓어지고 여기가 이랬었나 싶어 놀란다. 마음 같아선 미니멀 라이프를 선언하며 필요한 가구만 놓고 빈 공간으로 두고 싶다. 물건이 쌓여있어서 못 봤던 곰팡이도 발견했다. 있는 줄도 몰랐던 같은 물건이 여럿 나왔다. 

버려도 쏟아낸 짐 더미에 정리가 더디다. 아무렇게나 자리를 차지했던 짐들이 거실에 가득해 대책이 필요했다. 헌 물건을 왕창 버리곤 새 물건을 사러 이케아에 갔다. 예쁜 쓰레기들을 사러 가야 하는 아이러니. 사면서 느끼는 희열은 어쩌면 좋지. 어쨌든 이케아에서 60만 원어치를 질렀다. 

거실을 가득 채운 대형소파와 1년 넘게 타지 못한 사이클용 자전거 2대, 안 써서 가져온 돌침대만 버리면 엄마집이 아니라 우리집이 될 것 같다. 이건 또 어떻게 버리나.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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