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애니 Jan 13. 2019

장사베테랑  

잘 몰라서 정육점 아저씨에게 좋은 호갱이 된 것 같단 말이지

남편의 가게는 메인도로가 아닌 골목에 있다. 일방통행이 되는 도로가 아니라 지름길로 사용되는 골목이다. 주말에는 차들이 주차장처럼 서있다. 근처 광화문에서 집회가 있는 날이면 남편은 매연에 노출된다. 그곳에서 그가 장사를 시작하고 자신의 가게를 꾸린지도 어느새 2년이 다 되어간다. 대남곱창집이라고 이 골목의 터줏대감이 있고, 김밥천국, 부동산, 도르리김밥집, 고깃집 위주의 가게가 있다. 

남편이 월세를 내는 건물주의 가족이 운영하는 정육점. 여기 정육점 아들이 남편 커피가 맛있다고 손님이 없는 오후 2시 때 꼭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으러 온다고 했다. 정육점 아들은 집에 네스프레소 기계를 놓고 먹을 만큼 커피를 좋아한단다. 아들 어머니가 카페에 와선 집에 기계 사다 놓고 사 먹는다고 귀여운 잔소리를 투척하고 가셨다. 전에 나도 일을 도우러 갔을 때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저번 가족모임이 있었을 때 급한 대로 그 정육점에서 생삼겹살과 소고기를 사봤다. 맛있었다. 그래서 외출한 김에 고기를 또 사러 갔다. 똑같은 고기를 먹는 건 지겨운 일이니 이번엔 불고기용으로 주문했다. 원래 우리의 구매계획은 삼겹살 반근과 불고기용 소고기 반근이 었다. 삼겹살 반근은 계획대로 샀는데, 장사베테랑인 정육점 아저씨는 소고기 두 근을 우리에게 팔았다. 불고기용으로 소고기 부챗살이 맛있다며, 우리가 진열대에 놓인 양념장을 집자 낚였다. 그 양념은 불고기 2근용이라며, 재운 후에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고 먹으면 된다고 정육점 아주머니가 장단을 맞췄다. 

평생 고기는 누가 사줘서 먹을 뿐, 정육점에서 직접 구매하는 건 늘 삼겹살, 오리고기, 불고기 요런 범주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한 손에 묵직한 소고기 두 근을 들곤 나는 생각했다. 잘 몰라서 좋은 호갱이 된 것 같단 말이지. 

월급 받으며 살 때는 돈 버는 일보단 쓰는 일에 관심이 자연스러웠다. 퇴직금으로 쪼개가며 살다보니 타인은 돈을 어떻게 버나, 비즈니스모델에 관심이 생겼다. 정육점에서 비즈니스 모델인 고기는 원재료값이 높으니까 남는 게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오히려 싼 가격에 고기에 필요한 양념류를 팔면서 생각보다 수익을 올리는 것 같다. 참고로 파무침이나 고기소스로 ‘참소스’가 맛있다. 성분표를 보면 조미료 덩어리지만 이게 감질나게 한다. 나는 삼겹살과 불고기 사러 들어갔다가 불고기 두 근과 참소스, 소불고기양념까지 구매해서 나왔다. 

집으로 와서 양념장을 붓고 고기 두근을 재웠다. 양념장 분량은 600그램, 고기 두 근은 1200그램이다. 아무래도 장사베테랑 정육점 아저씨한테 낚인 건가. 양념이 부족해서 소금으로 간을 맞춰 먹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쁜 쓰레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