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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Sep 04. 2022

아이와 함께 우리밭 만들기

3평의 밭일지언정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관건이겠죠?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농사를 책임질, 작은 면적의 밭을 배정받았습니다. 도시에서 3평의 땅은 남편이 운영하는 테이크아웃 카페 크기랑 비슷했어요. 다만 건물 없는 땅을 배정받아서인지 훨씬 넓어보입니다. 탁 트인 경관도 한 몫하겠죠. 


올 가을, 저희 가족이 소비할 정도의 채소를 직접 기르고 수확할 예정인데요. 쌈채소를 수확해서 나눠줄 이웃까지 고려했습니다. 지난 봄에 모종 3개로 심은 로메인상추가 무척 맛있어서, 올해 가을에는 그 양을 늘려 심었어요. 청상추, 적상추, 꽃상추도 있었는데 로메인상추가 엄지척이더라고요. 


지난 봄과 다르게 씨앗은 심지 않았어요. 당근 씨로 심으면 자라긴 하는데 솎아내는 게 만만치 않거든요. 이번엔 모종들로만 밭을 꽉꽉 채웠습니다. 


지난 봄 농사 5월쯤 심은 저희 응요밭 가지예요. 1달 정도 쉬었다 갔는데 아직 살아있더라고요. 먹을 만한 얘들이 있어서 일단 가지 2개를 수확했습니다. 귀여운 응요밭 가지예요. 저정도면 한끼 식사 때 야채볶음이나 크림파스타 혹은 카레 등에 넣을 수 있는 양이랍니다. 


배추와 무, 가을농사의 꽃 

가을 농사의 핵심은 배추와 무 심기입니다. 김장할 건 아니라서 모종 배추 9개와 하얀무와 빨간무 6개를 심었습니다. 배추는 옆으로 퉁퉁하게 자라기 때문에 간격이 넓어야 한다고 해요. 약 30cm 정도 심으면 된대요. 이번 밭은 가로 폭이 넓어서 4개 심을 수도 있지만 크고 넉넉하게 키우기 위해서 3개씩 심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처음 배정받을 때는 아무 것도 없는 빈 밭이에요. 청계산입구역 주말농장 밭의 흙이 정말 비옥합니다. 모든 땅이 여기처럼 이런 색과 느낌인 줄 알았더니 시멘트처럼 딱딱한 곳들도 의외로 많더라고요. 밭 만들기를 위해 땅을 갈아엎는데요. 개미와 각종 벌레들이 뒤덮입니다. 삽질과 곡괭이 등 여러 농기구들로 모종 심기 좋은 밭으로 노동합니다. 영차~! 저는 아이랑 갔더니 케어하니라 그리 많이 하진 못했네요. 


따로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기 때문에 땅스농장에서는 바이오차를 뿌려줍니다. 바이오차는 왕겨, 볏짚, 목재, 가축분뇨 등 바이오매스와 숯의 합성어라고 해요. 굵은 연필심처럼 보이는데 손이 까맣게 된답니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전에 바이오차를 넉넉히 뿌려요. 그리고 다시 밭을 한번 뒤섞어주죠. 

지난 봄농사 때 밭보다 면적이 조금 커졌습니다. 내년에도 농사를 이어간다면 밭 2개를 경작할 큰 그림을 그려봤어요. 꾸준히 농사를 지은 다른 이웃분들은 올해 4개, 2개씩 꽤 큰 밭을 일구시더라고요. 


멀칭? 멸치?


멀칭이란 껍데기를 덮어씌운다는 뜻입니다. 멀칭을 해주는 이유는 작물이 잘 자라게 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있지만 풀관리하는 데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 커요. 


탄소를 줄이기 위해, 흔히 볼 수 있는 비닐멀칭 대신 땅스농장에서는 낙엽이나 볏짚으로 멀칭을 합니다. 농장에 마련해둔 볏짚멀칭이 썩어서 근처 잡초로 멀칭했어요. 잡초가 그리 많지 않아서 대충 덮어줬습니다. 다음에 가면 신선한 볏짚으로 잘 덮어주고 싶네요. 


응요밭 시즌 2. 작물배치도 

듬성듬성 보이는 잡초가 멀칭, 그리고 작물을 심었습니다. 

3평의 밭일지언정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관건이겠죠? 배추와 무는 11월 중순쯤 수확하기 때문에 다른 작물을 함께 심습니다. 모종을 이리저리 땅에 놓으면서 디자인을 해요. 


올해 심은 작물 배치도를 정리했습니다. 무와 배추 메인 작물은 11월쯤에나 캘 수 있기 때문에 쌈재소와 추가적으로 허브류를 넣었어요. 봄에 쌈채소는 4월 한달 동안 수확량이 엄청 났기 때문에, 가을에도 그럴진 모르겠지만 맛있는 것 위주로 촘촘하게 심었습니다. 



줄과 열을 맞춰 심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생각보다 그게 쉽진 않지만, 다음에 가면 허브류는 추가보완할 계획입니다. 사실 국화는 아이가 밭 가꾸기의 즐거움과 책임(?)감을 주기 위해 심었는데요. 국화차도 만들거니까 하나 더 심고, 바질은 생각보다 밭에 들어가니 귀엽더라고요. 얘네도 좀 더 넣어야 해요. 


요즘 캐모마일에 빠졌는데, 그거 심으려고 했지만 모종이 없더라고요(찾아봐야겠어요). 그래서 애플민트보단 스피아민트(박하차 계열)이라서 심어봤어요. 노지에서 자라는 허브는 엄청 잘 자랄 걸 기대하며, 올 가을을 유독 기다리게 되네요. 


태풍 힌남노가 온다니까 어제 모종을 심을 때 꽤 꾹꾹 심었어요. 도시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날씨에 더 예민해지는 듯합니다. 식물들이 몸살 없이 땅에 잘 적응해야 할 텐데 말이죠. 의외로 식물도 강하더라고요. 


아이의 생태감수성을 높여주기 위해 국화를 샀습니다. 금방 지루해 하길래 앞으로 어떻게 함께 만드는 밭으로 가꿔나가는 게 핵심이겠어요. 


가을농사 첫 참여 후기


이번 가을, 땅스농장에는 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저희 가정과 다른 가정이 있더라고요. 뒤로 갈수록 참여자들이 여러 사정으로 오지 못하는 날들도 많은데, 이번엔 쭉 잘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엄청 큰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 앞섭니다. 무사할까요? 얘들이 뿌리를 잘 내려야 할 텐데 말이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툴지만 운전을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희집에서 농장까지 가는 길을 잘 마스터해서 혼자 아이와 함께 단둘이 그곳을 꼭 가봤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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