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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Apr 11. 2023

[5문장쓰기] 새로움을 맞이할 준비

23.3.13~24 #텃밭 #마크로비오틱 #퇴사라는 고민

3/13


어제 혜화 마로니에공원에서 마르쉐씨앗장이 열렸다. 토종씨앗이랑 특이한 모종 등을 구입하러 방문했다. 감응의글쓰기 때 만났던 정화가 로푸드팜으로 참석했다. 이전에 나드에게 들은 소식(과천 이사)을 나누며 짧게 인사를 나눴다. 꾸준히 한가지(?)를 계속하는 정화가 대단해보였다. 시장이 끝날 때쯤 오후 3시부터 장을 보려니 물건이 별로 없었다. 오크라 씨앗을 살 수 있어 좋았다. 이 채소가 그렇게 맛있기 때문이다. 여름 작물인 오크라 때문에 벌써 무더운 그 날이 기다려지기 시작한다. 


3/14


요즘 밥 한끼는 마크로비오틱 방식으로 요리를 해보고 있다. 한식이랑 뭐가 다른건지 알아가는 중이다. 레몬소금을 만들었다. 레몬을 열십자로 칼집을 내고 거기에 소금을 왕창 넣는다. 그렇게 숙성하면 끝이라고 한다. 레몬소금 맛이 궁금했다. 레몬맛이 나는 소금이겠지, 이것도 아는 맛인데 나는 왜 궁금할까. 마크로비오틱+요리명으로 검색하면서 기존에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요리하니까 힘이 좀 빠지는 느낌이다.


3/16


마크로비오틱에서 육수는 다시마랑 표고버섯 우린물을 주로 사용한다. 나는 집에 다시마도 떨어졌고 말린 표고버섯만 조금 있었다. 맹물은 아무맛도 안나니까 코인육수에 정착하려던 순간이었다. 조미료가 나쁜 게 아닌데 어떤 요리법은 너무 건강하게 만들어서 종종 맛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저녁 한끼는 되도록 마크로비오틱 요리법으로 유튜브선생님과 공부 중이다. 와중에 집에 다시마가 떨어져서 건어물가게에 갔다. 전에 생협에서 조각다시마를 편하게 썼던 기억이 났다. 거대한 다시마만 있길래 조각은 없냐고 질문했다. 조각 다시마는 양식이고, 거대한 다시마는 자연산이라고 했다. 새로운 걸 하나 배웠다. 그렇게 나는 자연산 거대한 다시마를 사서 돌아왔다. 표고버섯을 넣지 않으면 아쉬우니까 한바구니를 샀다. 열심히 다시마로 채수를 우리는 중이다. 이런 채수는 소고기다시다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다시다를 버리기엔 너무 맛있는데...


3/20


의도치않게 지난주에 5문장쓰기를 두번이나 빼먹었다. 정신이 산만한 일정을 보내고 있으니 어딘가에서 구멍이 난다. 시간은 정말 잘 흘러가는데 나도 그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건가 물음표가 생긴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배우려고 했던 마크로비오틱도 마이너한 내 취향이 반영된 배움 같아서 머뭇거리게 된다. 배워서 어디에 써먹어야 하는지 뇌가 빠른 속도로 굴러간다. 나는 매주 화요일에 수강요일이 고정인 줄 알았는데, 나머지 1명이 수요일만 된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일정 조절해서 수요일로 변경이 가능하냐고 카톡이 왔다.이런 자초지종은 카톡이 아니라 전화로 했어야 하지 않나. 시작부터 괜히 삐그덕거리는데 배우지 말까. 배워서 가사노동 퀼리티를 높이는데 쓰는 거면 반찬가게에서 사먹는 비용으로 써버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은 아닐까. 배우려고 했던 목표나 이유가 불분명했던 터라 브레이크가 자주 걸린다. 뭐든 요리를 굳이 배우지 않아도 먹고살 방법이 워낙 많으니 다른 대안을 살펴보게 된다. 


3/21


<퇴사라는 고민>의 저자 홍석준 씨의 문체가 좋았다. 성별과 상관없이 마음의 표현되지 않는 이야기를 텍스트로 구현을 잘했다.
"말 그대로 내가 주인이다. 아이를 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늘어져 자는 것도 모두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다."
작가도 회사를 휴직했던 시기에 쓴 글이라서 더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퇴사라는 고민의 결론은 깔끔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건 나만 알 수 있다. 그걸 위한 움직임도 나만 할 수 있다"라고 마무리한다. 뭘하든 자신만 떳떳하면 된다고 끝맺는다. 정말 돌아보면 내가 뭘하든 스스로 자신 있으면 됐다는 걸 알고 있다. 왜 육아만 해야 했을 때 돈벌지 않으면 진저리친 시간을 보낸 걸까. 나에게 무언가 떳떳하지 않았다는 걸 저 책을 읽으면서 발견했다. 그래서 지금은 떳떳하니라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단지 이제는 안다. 내가 뭘하든 상관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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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마감에 쫓기니 글이 안써진다. 5문장쓰기가 조각글이라기보다 일종의 루틴처럼 인증글을 남기고 있는 나. 시간이 쫓기니까 어쩔 수없다. 오늘 진짜 별별 일이 많았는데 다 쓰질 못하겠다. 결론나지 않는 일들이 그냥 턱턱 쌓이고 있다. 골머리가 아프니까 회피하듯 도망가고 싶어진다. 


3/24


3월 26일(일)에는 새로운 텃밭에 모종을 심으러 간다. 작년에 청계산텃밭에서 배운대로 탄소농업을 적용할 예정이다. 그래서 볏짚이랑 바이오차를 주문했다. 모종은 종로6가꽃시장에 갔다가 내가 원하는 품종이 없어서 거의 대부분 변산육묘장이라는 인터넷으로 샀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작년보다 땅이 2배 정도 커졌다. 그래서 땅디자인할 때 한쪽에는 쌈채소와 허브류, 다른 쪽에는 봄에 심어 여름에 수확할 작물을 나눠 심을 생각이다. 작년에는 땅스농장에서 비용만 내면 다 준비해줬는데, 올해는 나 혼자(?) 그 일을 하려니 약간 전투적 태세로 바뀌었다. 아직 시작도 하기 전인데, 텃밭농사도 돈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로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다수의 무리에 있다가 나홀로 실험하러 톡하고 떨어져 나온 기분이다. 어린이집 부모 중에 마음 맞는 한 가족이랑 올해는 같이 텃밭농사를 짓기로 했다. 어떤 면에서는 의지가 되는데 또다른 면에서는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발견한다. 올해 농사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든 자연이 길러주고 키워주겠지만 올해 텃밭농사의 경험에서 내가 배울 건 무엇이 될까. 올해도 작년처럼 고수랑 루꼴라가 폭풍성장해줄까. 유럽상추 모종으로 버터헤드를 심을 예정인데, 얘네들은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씨감자도 왕창 사서 작년보다 훨씬 많이 수확해보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텃밭은, 아니 땅은 내게 에너지를 주는 루트인 건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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