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회적기업 불나방 May 28. 2020

02  아는 사람이 있으면 참 좋은, 사회적경제

 걱정마, 다 방법이 있으니까.



1


  "우리가 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거야?"

  "응, 우리도 받을 수 있게 되었어. 그 선생님이 특별히 힘써주셨어."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인증을 받은 사회적경제조직만 참여할 수 있는 교육에 K가 일하는 회사도 가게 되었다. K가 일하는 회사는 대표와 K, 두 명이서 일하는 회사로 인증을 받은 사회적경제조직이 아니었다.


  '우리는 아무 자격도 없는데......'


  K는 찝찝했지만 교육에 참가했다. K는 직원일뿐이고, 대표는 이 교육을 통해 회사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전 직원이 같이 가서 열심히 교육을 받자고 했다.  

  교육은 3박 4일이었고 도심에서 벗어난 연수원에서 진행되었다. 숙식 제공, 참가비는 없었다. 참가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K의 회사가 지불한 비용은 없었다.


  "안녕! 오랜만이다!"

  "어? 너도 왔네! 잘 지냈어?"

  "대표님, 안녕하세요. 교육 오셨군요."

  "예~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희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K의 회사 대표는 교육에 참석한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K는 누구와도 인사를 하지 못했다. K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훗날 K도 이 교육에 참석했던 몇몇의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된다. 다른 교육 및 워크숍 장소에서 말이다.

  K는 그땐 몰랐다. 사회적경제라는 이 바닥이 참 좁고, 이 바닥에서는 아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일이 아주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그래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2


  교육은 빡빡하게 진행되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오전 교육,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오후 교육,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저녁 교육, 이후는 자유 시간. 자유 시간에는 저마다 시간을 보냈다. 교육으로 인해 못했던 일을 하는 사람들, 그날 있었던 교육을 곱씹는 사람들, 네트워킹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표현되는 술자리를 갖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번째 날 밤에는 교육에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다.


  '이 술자리 비용은 누가 내는 것일까. 식당에서 먹고 숙소까지 가서도 먹네.'

 

  K는 이런 생각을 했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네트워킹 시간에 집중했다. K는 자신은 돈을 내지 않았기에 누가 내는지에 대한 생각을 금방 잊을 수 있었다. 술자리 비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았다면 그렇게 많이 먹고,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술자리 비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사람들, 관심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네트워킹 시간은 자정을 넘어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마지막날 오전 교육에 지각하거나 불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교육에 지각하거나 불참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교육에 지각하거나 불참하는 사람들은 3박 4일의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있었고, 중간에 일찍가거나 중간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3


  교육은 그나마 빡빡하게 진행되었지만 수료는 전혀 빡빡하지 않았다. 지각을 한 사람들, 중간에 간 사람들, 중간에 들어온 사람들, 일이 있어 교육에 일부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 모두 모두 수료했다. 이번 3박 4일 교육으로 아는 사람들이 늘어난 그들은 서로의 수료를 격하게 축하했다. 그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지, 수료식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분명 저 사람은 교육을 많이 빠졌는데...... 수료라니.'


  K는 이것을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K를 제외한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출석 여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료'였다. 수료를 한 기업은 추가 멘토링을 받을 수 있고 다음에 있을 사회적경제조직 지원사업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K는 교육과 네트워킹에 성실하게 참여했지만 K의 회사는 수료를 하지 못했다. 교육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도 수료를 한 걸 보면 성실함이나 교육 출석이 수료 기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K의 회사가 교육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료를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K의 회사는 만족했다. 이번 교육으로 아는 사람들을 제법 만들었고, 이번 교육에 참여한 것처럼 아는 사람을 통해서 추가 멘토링을 받을 수 도 있고 다른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K의 회사는 다음 교육에도 참여했다. 사회적경제조직만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이었다.

  아는 선생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K는 얼마가지 않아 회사를 그만뒀다. 길게 다니지 않아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활동함에 있어 아는 사람이 많다는 건 자신과 회사에게 매우 유리하다는 것을 말이다.







"야, 마음 껏 마셔! 공짜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진짜야!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01  사회의 적, 사회적기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