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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적기업 불나방 Jun 04. 2020

07  ???: 대박! 성료! 효과 톡톡!

사회적경제에서는 세금이 이렇게 쓰입니다. 슝슝.



1


  "E야, 와서 자리만 좀 지키고 밥도 먹고 가. 내가 바빠서 그래. 일당 줄게."

 

  E는 테이블에 제품들을 비치하고 자리에 앉았다. E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E는 태블릿을 켜고 정말 오랜만에 게임을 했다. 게임 말고는 할 것도 없었다. 붙잡을 사람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나야 아무것도 안 하고 돈 받아가면 땡큐이긴 한데...... 이건 정말 너무 하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없냐. 다들 나처럼 관계자들뿐이네.'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 오는 소리가 들렸다. E는 태블릿을 황급히 껐다.


  "자, 사진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하면 파이팅해주세요! 하나, 둘, 셋!"

  "파이팅!"

  "네, 고생하셨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사회적경제기업 구매상담회'라고 적힌 현수막 밑에서 사진을 찍고 홀을 돌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업의 대표로 보이는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 뒤 밖으로 나갔다. E가 다시 태블릿을 켰다. 게임 캐릭터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그들이 머문 시간은 이렇게나 짧았다. E는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2


  "점심 식사하세요! 장소는 나가셔서 왼쪽입니다. 뷔페 준비했습니다, 점심 드시고 가세요!"


  '아이고, 뷔페까지. 대단하다, 대단해. 장소 임대비, 부스 설치비, 현수막 제작비, 인건비, 다과비, 식비....... 이게 다 얼마야.'


  홀은 시끌벅적했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E는 밥을 대충 먹고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다시 게임을 했다. 오후에도  딱히 할 일은 없었다. 몇 시간 후 아픈 허리도 펼 겸 E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홀을 한 바퀴 돌았다. 사회적경제기업의 다양한 제품들보다는 사회적경제기업 종사자들이 짓고 있는 표정들이 눈에 더 들어왔다.


  '집에 가고 싶어요. 지겨워요. 언제 끝나요. 이런 것 왜 해요. 다음에도 이렇게 할 거면 부르지 마세요.'


  E는 그들 표정에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의 표정과 태블릿에 비친 자신의 표정이 흡사했기 때문이다.


  E가 '우리에게는 구매상담보다 심리상담이 필요해!'라고 생각하던 찰나, 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마무리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E는 무교였지만 신에게 감사 인사했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구매상담회는 끝이 났다. E는 테이블에 비치했던 아무도 찾지 않았던 제품들을 정리했다. 행사가 끝나고 찾아 온 대표에게 10만 원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3


  '아...... 그만한 일자리가 없는데......'


  얼마 후 돈이 궁했던 E는 그때의 꿀 아르바이트가 또 하고 싶었다. 하는 일 없이 돈을 받는 것 같아 양심에 좀 찔렸지만 그래도 또 하고 싶었다. 핸드폰으로 '사회적경제기업 구매상담회'를 검색했다.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대박 예고!'

  '사회적경제기업 구매상담회 성료!'

  '고객 - 기업 연결 효과 톡톡!'


  자신이 참여했던 구매상담회에 대한 기사도 있었다. E의 양심괜찮아졌다. 앉아 있기만 했었는데도 자신 좋은 일을 한 것으로 기사가 실렸기 때문이다. 


  "대표님, 구매상담회 같은 사회적경제기업 행사 또 없어요? 생기면 연락주세요."

 

  E는 앞으로도 영원히 구매상담회'대박', '성료', '효과 톡톡'이기를 기원했다.   





  게임 속 캐릭터 레벨업도 대박! 성료! 효과 톡톡!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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