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초이의 첫 제품에 대한 이야기 / 그 첫 번째 시장조사
2019년도 여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Supply Side West (SSW)에 참석했었다. 이 당시 나는 J사를 다니고 있었고, 건강기능식품 분야를 한창 배우고 느낄 때였다. 이때에 J사는 부스를 차렸고, 부스에서 나는 바이어들에게 개별 인정형 원료를 소개하는 역할을 진행했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 때문인지, 밤에 잠을 못 자고 뒤척여서, 아침에 눈을 뜨면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힘들었다. 새벽에 잠이 안 와서 CVS에 가보니 보라색 병에 Caffeine 500 mg 이 들어있다는 작은 병이 있었고, 그림에 무거워 보이는 덤벨을 든 그림이 있는 제품이 있었다. 그게 2달러였나, 크기에 비해 비싸다 생각은 했는데 왠지 먹으면 힘이 날 것도 같고, 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 봤던 제품, 카페인이 500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셨는데 맛이 쓰고, 점도가 있는 게 잘 팔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얘네는 무슨 이런 걸 돈 주고 팔지? 운동할 때 먹는 건가? 하긴 카페인 이 정도로 때려 넣으면 강심작용이 있으니까 운동은 잘 되겠다" 정도로 생각하고 기억 속 서랍 어딘가에 넣어놨다.
그 제품이 한국에서 운동 전 부스터, 그러니까 Pre-Work out 제품이라는 것은 그로부터 2년 후 2021년에 K사에 재직할 때 알게 되었다.
나는 2020년 12월쯤 K사로 이직했다. 건강기능식품을 신사업이라 정의하며, 이것을 한다고 잔뜩 고무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난 2020년까지는 제품 기획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는 원료를 (BtB) 개발하는 사람이었지 제품을 개발하는(BtC)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K사는 "연구=제품개발"이라 생각하는 연구원에게 마케팅을 시키는 바보 같은 집단이었다. 그래서 나는 얼떨결에 제품 개발이라는 부분을 진행해 보게 됐고, 이때에 보게 된 여러 제품 중 하나가 운동 전 부스터 제품이었고, 해당 제품의 시장이 매우 작고, 경쟁 강도가 매우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서, 나는 K사를 퇴사했고 중견 제약사 H사로 이직했다. 여기에서는 제약사에 필요한 기술을 사 오는 일을 진행했다. 거창하게 License in이라고 이야기한다.
*License in - 타사가 보유한 경쟁력 있는 기술, 특허, 물질, 등의 권리를 자사로 들여오는 것을 말한다.
이와 동시에 사 와야 하니 자본이 들어가야 하고, 자연스럽게 투자가 진행된다. 이를 전략적 투자라 한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제약사 H는 자체 개발하는 것보다 누가 만든 것을 사 오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타당하다 생각하는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작은 기업은 기술을 만들어서 파는 행위를 한다. 그러면서 그 기술이 성숙할 때까지는 자금이 없으니 보유한 지분을 대가로 투자를 받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 중에 투자를 하며 공동으로 개발하겠다 또는 투자 이후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통해 그 기술을 우리가 선점하겠다는 형태의 계약을 진행한다. (이것은 다음화에서 창업을 한 이유로 따로 작성하겠다)
뭐, 그랬고 그러면서 일이 많아 야근이 잦았다. 첫 일 년은 야근을 1년에 채울 수 있는 시간을 모두 채웠다. 그러다 보니 집에 늦게 들어가게 되고 늦게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래서 68kg대였던 체중이 75kg까지 늘어났다. 벨트를 구멍을 뚫는 것은 예사고, 바지가 다리 때문에 안 맞기 시작했으며, 과거 잘 맞던 단추옷이 여며지지 않았다.
살을 빼야지, 빼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현재 78kg이 되었다.
살을 빼려고, 헬스장에 가는데 나는 굉장히 생각이 많고 예민한 사람이다. 운동하기 싫어서 이 핑계 저 핑계 다 끌어다 쓴다. 아 운동하려면 나는 바쁜 사람이니까 1시간에 최대의 효율을 내야 돼! 그러니까, 저기 봐바 저 사람은 아메리카노 먹고 운동하지? 나도 그럴 거야 하고 아메리카노를 사서 먹으면 배가 부르니까 뛰면 왠지 위장이 늘어나서 안될 거 같고, 차가운 것을 먹으면 과거에 한의사분이 말씀해 주신 이야기가 떠오르고 (찬 것을 먹으면 어쩌고) 아 너무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였다.
간편한 게 있을까 싶어서 트레이너한테 물어보니, 자기는 구론산에다가 크레아틴, 베타알라닌, 그런 걸 섞어서 먹고 BCAA도 넣어서 먹는다고 했다. 그거 다 먹으면 배부르지 않냐니까 배부르단다. 그래도 운동은 할 수 있다고 했다. 얼마큼 먹느냐고 하니 한 숟갈? 두 숟갈? 그게 몇 g이지부터 생각났다. 그리고 베타알라닌은 한국에서 식품원료도 아니다.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뭐가 제품이 없나? 미국에는 여러 개가 많던데 한국에는 그런 게 없어서 저렇게 숟가락으로 섞어서 먹는 건가? 그럼, 내가 만들어볼까? 나 저런 거 할 줄 아는데 그리고 잘할 수 있는데? 이 생각을 한 게 작년 2023년 11월이고, 실제로 OEM공장 하고 이야기한 게 23년 4월 그리고 프로토타입이 나온 게 23년 6월, 실제 완제품으로 품목허가 되어 생산이 완료된 것이 23년 12월이다.
어떻게 했냐고?
서론이 길었다. 어떻게 했는지 누군가 나 같은 생각을 할 것인지 그런 사람이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을 때, 내 글을 보고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도움을 얻고 시행착오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하기와 같은 글을 작성해 나갈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시장성보다는 소비자 타깃을 정하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거기에 맞추는 형태를 선호한다. 이는 J사에 재직중일 때 대표님이 매일 하던 말이다. 나한테 이야기한 것은 매번 혼을 내는 것이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타깃에 맞춰라.
"야, 네가 하는 것은 이거랑 비슷해, 채식주의자한테 가서 돼지고기 드실래요? 아 채식주의자예요? 그럼 닭고기는요? 아 그럼 소고기 이거라도 드세요"
맞는 말이다. 돼지고기가 암만 한돈이고, 소고기가 투쁠이고, 닭고기 튀김옷이 매우 크리스피 하다 한들 무엇일 것이냐 채식주의자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만든 제품이든 내가 할 말이든 듣는 사람 그러니까 상대편에서 만족할만한 것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운동하는 친구를 찾아갔다. 얘는 트레이너를 오랜 기간 해오던 사람이고, 현재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다. 뭐가 우선일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때 작성한 회의록이 있다.
미팅을 통해 알고자 한 것은 아래와 같다.
1. 운동 전 부스터를 먹는 이유
2. 현재 Gold Standard
3. 1과 2를 통해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 그렇다면 그것이 어떠할지에 대한 예측
결론적으로,
저 때 난 적잖이 놀랐다. 이렇게나 없다고? 운동인구가 이렇게나 많은데?
이거 제대로 해 봐야겠다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