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원회

- 정직 1개월, 그래 나는 유죄다.

by 최현규

지금으로부터 5년 전,

4월인가 5월인가 딱 이맘때다

더워지기 시작하고 여행 가기 좋은 날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더랬다.

시간이 한 달이 생겨서..

내가 정직을 1개월 받아서..


연구소장 방을 다 부숴버리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가 첫 회사에서 열심히 노력했던 것들, 업적을 쌓으려 했던 것들, 어떻게든 결과를 내려고 했던 것들이 함께 부서진 느낌이었다. 상관없다 다른 것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아 이제 정말 그만둬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학교를 다시 돌아갈까? 원래 전공이 약이니까 약 쪽으로 갈까? 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날 오후 인사팀 전무가 찾아왔다.

무슨 일이냐며 묻길래, 사실을 이야기해 줬다.


너희들이 신처럼 모시는 닭집 회장, "권이강"이 조카 "권기출"이 교수인 거 아시죠? 그 권기출이 제자 중에 제일 노예처럼 생활한 사람이 "이말복" 연구소장 이잖아요? 권기출이가 지금 학교에 있고, 정년이 2년 남았는데 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하면 할 일이 없잖아요? 다시 들어갈 데가 없으니까 자기 대학원생 노예 새끼 거기다 박아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연구라고는 할 줄도 모르는 사람을 앉혀놓고 연구소장이다. 상무다 하면서 해놓은 거라니까요?


전무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하는 말이 자기도 알고는 있었다고 했다. 뭘 하는진 도통 모르겠는데 그냥 회장님 지시니까 그러려니 했다고 했다. 나 보고는 회사 절차상 징계위원회는 열릴 거고 자기가 내용을 알고 있으니 큰 일은 없을 거니 그만두진 말라고 했다.


한번 싸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징계위원회던 뭐던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기득권? 그냥 나이만 처먹고 나이가 돼서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허수아비를 부러뜨리고 싶었다.

징계위원회는 1주일 후에 열린다고 했고, 그 1주일간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한 명씩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회사 임원 4명이 들어왔고 대표도 있었다.

임원 중 한 명이 나더러 혼자 일 열심히 해보려다가 생긴 일 같다는 식으로 말했다.

다른 한 명은 감정이입이 되는지 역정을 내더라

사장은 사회자 역할을 하더니 끝났다.


결론은 정직 1개월이다.


그때는 무슨 사법판정받은 것처럼 무서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지들이 뭐라고 판결을 내리는가? 생각해 보니 웃기다.


그때 사회를 보던 사장은 재작년에 공유오피스에서 만났다.


아는 척을 하니 본인이 창피한지 자격지심이 있는지 자기는 서울에 사무실이 있는데, 여기 공유오피스가 가까우니까 나오는 것이라 했다. 난 물어본 적 없다. 그냥 반가워서 아는 척을 했지, 웃긴 건 내가 누군지 기억도 못하더라


그때 연구소장은 정직 2주를 받았다. 징계위원회에 나오지도 않았다. 전화를 하니 지금 운전하며 안동을 가는 길이라고 했다. 안동은 왜 가느냐 하니, 허리디스크가 터져서 운전을 하고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허리디스크가 터졌는데 운전을 한다고? 할 말이 없어서 알았다고 했다. 이때 난 생각을 했다 시간을 천천히 두고, 언젠가 갑, 을이 바뀌는 순간이 올 건데 그때 두고 보자 생각을 했다.


그때 임원 중 역정을 내던 사람은 파랑통닭 대표로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문대를 나와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는데 밑에 직원이 자기더러 뭐라고 해서 감정이입을 한 것 같더라.


아버지가 그랬다. 야 그러니까 무슨 통닭집이 뭔 바이오를 해 내가 그랬잖아.

누가 그랬다. 상상만으로 생각했던 것을 실제로 하는 걸 들으니 너무 좋다고 했다.


난 이때 정직 1개월간 제주도에 가서 요양하며 이력서를 썼고,

정직이 끝나고 2주 후에 중견 제약사로 이직을 했다.


이때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니 내가 알았지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은

생각보다 사회는 썩었고, 이것은 내 생각보다 더 심하다는 것이며

직급과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내가 승진하려면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글은 소설이며, 어떤 기업과도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keyword
이전 01화감정 폭발 - 나는 결국 부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