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0
Same Shit, Different Day / 별 다른 게 없는 날
일기를 오후 4시에 쓴다.
2018년에 처음 취업했을 때, 할 일이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할 일이 없었다. 연구소에서 일을 하는데, 연구소장, 차장, 부장은 모두 중국으로 출장을 갔던 터라 한 달 정도 기간 동안, 무슨 일을 할지 몰라 그냥 있었다.
한 달은 버티겠는데, 다음 달에도 그리고, 그다음 달에도 할 일이 없었다.
그때 같이 입사한 직원에게 "나는 똥을 집에서 회사로 옮기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게 반복되니 답답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고, 이렇게 지내다가는 경력이 물 경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때는 조바심과 불안, 걱정, 초초함이 날 지배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작은 회사였고, 처음부터 만족을 못했던 회사여서 더 그게 심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그 회사에서 배운 게 제일 많다. 그 3년간 배운 것으로 현재까지 살고 있다.
오늘 오후에 예전에 다녔던 회사 여직원이 연락이 왔다.
자기 자신이 너무 쓸모없는 사람 같다고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상황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부서 변경이 되었고, 해당 부서가 맘에 들진 않는 모양이다.
나한테 물어본 이유는 나 또한 그녀처럼 나와는 전혀 상관없이 부서 변경이 되었었기에 물어본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을 받고 싶어 하고, 그 인정을 받고자 삶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거나 또는 상처를 받는다.
어떤 일에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그 상황을 해석한 본인이 본인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다시 말해, 별일 아닌데 본인의 기대감이나 실제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그랬기에 그런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술 먹으러 간다는 거 보면 큰 도움은 안된 것 같다.
이것을 예로 들어보면,
민기와 현규가 있다고 가정하자. 둘 다 각각 카페에 방문했고, 민기와 현규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이때 알바의 표정이 아니꼬웠고 개 띠꺼웠고, 민기와 현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기: 야 알바 표정 봤어? OO 년 아니야?
현규: 몰라 요새 저런 사람 많아 짜증 나
이런 대화를 나눌 때 알바는 휴지를 들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것을 보고 민기와 현규는 아 똥 마려웠나 보다라고 생각했고 별생각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이번엔 같은 상황에 사건을 추가해 보자
민기가 알바에게 "왜 이렇게 기분 나쁘게 말하세요?"
하고 따져 묻자 알바는 "왜 그딴 식으로 물어보세요?" 하고 싸움이 일어났다.
아니꼬운 띠꺼운 표정이라는 생각이 실제로 아니꼬운 개 띠꺼운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 이야기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것을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은 나 자신이고, 그 안 좋은 생각이 안 좋은 일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굳이 꼬집어서 캐물어봐야 실제 마음이 어떤지는 알 수도 없으며, 그것이 실제라고 이야기를 한들 나는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어떠한 일이 있을 때, 내가 100% 상황을 인지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기에,
상황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것이 정신적인 에너지를 조금이나마 아끼는 것이고,
아껴진 에너지로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마누라가 요새 "노잼인간"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