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4 | 흐리다 비 옴
이것은 일기지만 처음 시점은 3개월 전으로 돌아간다.
3개월 전 쿠팡 판매대행 업자를 만났다. 이 업자는 첫 미팅에서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기억이 나는, 아니 기분이 나빴던 주된 말은 아래 세 가지다.
첫 번째, "왜 이런 제품을 만드셨어요?"
두 번째, "멜라토닌 판매는 자신 있어요, 차? 이거는 1년도 더 걸리겠는데요?"
세 번째, "와디즈요? 뭐 그런 데서 팔아요. 쿠팡에서 파셔야죠"
보통 이런 류의 비즈니스 미팅을 하게 되면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싶어 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사람도 그러했다. 자신이 OO제약사 판매 대행을 하고 있으며, 얼마 나의 매출을 하고 있으므로 판매대행은 잘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판매는 자기가 전문이니 못하는 나는 그냥 맡기기만 하면 된다고 하였다.
나는 보통 이런 미팅에서 대화의 끈이 서로 줄다 기리를 하는 상황을 좋아하진 않는다. 상대방이 주도권을 가져가고 싶다는 의도가 생각으로 비치면 그냥 끈을 놓아버리고, 어떻게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듣는다. 이런 류의 미팅에서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이롭다.
나는 이 미팅의 초입에서 생각했다.
첫 번째, "나는 판매 고자이며,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몽매 자체다"
두 번째, "무시하는 발언에 티를 전혀 내지 않아 바보로 여기게 한다"
세 번째, "위 사항을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표정과 눈빛에 생각을 거둔다"
미팅이 끝났고 수수료는 10%를 고지하였으나 2%를 깎아 8%를 받겠다고 하였다. 미팅 전 타사 마케팅 실장에게 얻은 정보로는 이런 판매 대행이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수수료가 10% 인건 너무 과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쿠팡에서 얻는 판매이익이 매출의 10%를 넘기는 힘들다고 했다.
물론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저 업자가 정말 말 그대로 잘 팔 수도 있고, 그 과정을 매일매일 지켜볼 수 있으니까, 그 과정을 1년간 지켜보고 일지로 만들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8%에 계약을 했다.
그리고 3개월이 흘렀고 그게 오늘이다. 그 업자는 그동안 정말 못 팔았다. 중간중간 내가 광고의 ROAS나 여러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조차 하지 못했으며, 내가 24년 7월 ROAS가 480%였는데 업자는 300%를 넘긴 적도 없다. 그럼에도 판매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투사하거나, 도피성 책임회피를 했다.
항상 하는 이야기는 광고는 길게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3개월을 참았다. 참다가 터진 것 아니 터지진 않았지만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은 지난주 월요일 16일에 생겼다. 쿠팡 계정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알람이 16일 오전에 있었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비밀번호를 바꾸면? 그럼 업자가 비밀번호가 바뀌었다고 연락을 할 테지? 물론 로그인 시도를 하려면? 내 생각에 이 사람은 방치하는 것 같은데 그게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비밀 번호를 바꿨다. 그리고, 오늘까지 쿠팡에 로그인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방치한 게 맞았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 물어보았다. 왜 멜라토닌이 차보다 잘 팔릴 것이라고 예측하셨는데, 멜라토닌보다 차가 20배 더 잘 팔렸는지 물었고, 광고는 지켜보아야 한다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느냐, 3개월 전에 쿠팡에 안 판이 유는 오늘 말씀드리는데 2개월간 손익이 쿠팡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를 를 하며, 앞으로의 판매 전략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난 못된 놈이다. 점잖은 척하면서 "그동안 한말은 맞는 게 없네요? 도대체 하는 게 뭐냐?"를 예쁘게 앞으로 판매 전략이 어떻게 되느냐 포장했다.
9시에 단체카톡방에 보낸 카톡은 순식간에 숫자가 사라졌고 모두 읽었으나, 10시 30분까지 아무도 답변이 없었다. 그러다 저 업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답변을 했다. 답변의 요약은 이렇다.
1) 결과값을 100% 맞추긴 어렵다.
2) 향후 계획은 타인과 논의하겠다.
3) 애초에 재고자산의 현금화가 목적이었다.
재고자산의 현금화는 목적이 맞는데 매출액에서 모든 것을 제외한 그러니까 재고자산까지 제외한 값이 마이너스라는 말이다. 장사꾼은 절대 손해 보고 팔진 않는다는데, 난 두 달간 손해를 보며 팔았다. 간단하게 말해서 광고비 5만 원을 쓰고 매출액 2만 원을 달성했다.
어디에도 미안하단 말은 없었다. 그럴 줄 알았다. 묻는 말엔 대답은 없었고 자신의 변론만 있었다.
어제 와이프에게 이런 일이 있었고, 이것을 내일 이야기할 것이다라는 것을 말했을 때, 마누라는 이야기했다.
"굳이 이야기하지 마 뭣하러 해? 네 말 무슨 말인지도 모를걸?"
"네가 기분 나빠하는 게 뭔지도 모를걸?"
"내가 이긴 거 같아, 내가 그래도 더 어른 같지 않아?"
마누라가 대답했다.
"아니 둘 다 똑같아"
그래도 나는 내가 더 어른 같다.
난 비겁하게 숨지 않았으며, 자신 있게 싸워보고자 혹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였다.
비겁하게 침묵하진 않았다.
분석 대상의 구조화
- 정황#1 이 업자는 자신의 판매 능력부족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미팅에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늘어놓으며 자신을 포장하기에 급급했다. 판매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쓸데없이 판매를 위탁하는 자의 흠을 잡고자 노력하진 않았을 것이다.
- 패턴#2 이 업자는 자존심은 강하되 자존감은 매우 낮다.
비판에 극도로 취약하며, 실수는 침묵하거나 대리인으로 무마시켰다.
이는 "나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오래되고 깊은 방어기제에 따른 행동구조로 보인다.
- 단서#3 그는 "운이 없었다"라고 여길 수 있으나, 실제로는 방치 했다.
비밀번호가 바뀌었는데도 연락조차 없었다는 건, 이미 오래전 부터 방치했다는 결정적 단서이다.
이 분석대상은 무능을 공격성으로 감추고 실패를 침묵과 대리인으로 위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자존심을 놓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파괴적이다. 미안하지 않을 사람이다.